와인향에 젖는 자통재

성장을 부르는 만남들

와인은 역시 대화를 끊이지 않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건배를 할 때도 글라스를 살짝 부딪치며 반드시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미소 띤 입은 자동 세트이구요. 사람 관계를 맺는 일에도 진실된 마음을 보여줘야 하듯이 마음의 창,눈을 확인합니다. 또 사람 관계에서 갈등과 충돌을 겪는 일 역시 일상이나 원활한 대화와 미소가 함께 하면 부딪는 소리마저 청아합니다. 좋은 와인잔일수록 청명한 소리를 내는 이치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준비되어 있어야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같은 포도송이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저 부패하여 악취악취와 독소를 품기도 하고,온갖 조건을 조화롭게 녹여내며 성숙한 시간까지 농축시켜 사람을 살리는 완전식품이 됩니다.


익어가고 스며들고 배어나고 녹여내고 젖어드는 것들은 느린 채널들입니다. 그러나 그 느림이 주는 여유와 진실함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습니다. 와인처럼 농익어가며 누군가를 살리는 인생이길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 제대로 부합된 프로그램랭이 즉석에서 시연되었습니다. '어른도 읽는 그림책'으로 불안한 어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는 은정소장이 낭랑한 음성으로 <두 사람>을 들려주었습니다. 모두 뉸을 감고 각자의 관계에 대한 생각으로 숙연해지기까지 하더랍니다. 은정샘이 선물로 남긴 동화책들은 이 곳에 머무는 누군가의 가슴을 데워주겠지요. 불완전한 하나는 언제나 둘이 만나 원을 이룹니다. 단지 몇 시간에 불과한 만남이었지만 세대를 아우르고 각자의 사상적 배경을 존중했습니다. 여전한 꿈꾸기를 시전하고 서로의 꿈을 축원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날을 기약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의 배웅을 받으며 손님들은 떠나가고 묵어가기로 한 애리샘과 부군 영환님과 마무리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른들께 대화의 주도권을 양보한 그들의 숨은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였지요.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한 그들은 이 만남 중에 그 누구도 자녀 관련 얘기를 묻지 않았던 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들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고 한 마디씩 붙이던 횡포가 이 곳에선 일어나지 않았으니요. 그들은 더불어 깊이 생각했을 거에요. 나이가 들면 다 꼰대가 되는 거라던 생각도 편견에 불과하단 걸. 아름다운 지금과 미래를 사는 이들은 확실히 지난 시간을 회고할 겨를이 없없습니다. 과거를 자주 끄집어내는 사람사람인지 미래를 향한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돌아볼 일 입니다. 밤공기마저 따듯했던 하루는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길게는 이틀을 짧게는 두 세시간을 머무는 그들이 각기의 목적과 이유로 순간순간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 공간을 공유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또 같은 이유로 후회할 시간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껏 만든 시간만으로도 참 의미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의식하지 않았으나 그들 스스로 통하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찰나지간들이 있었음을 봅니다. 또 그런 그들을 통해 제 안에 기생하던 '부정'과 '불안'이 조금씩 세포수를 줄여가고 있으니 더 이상 뭘 바랄까요?


저절로 통하는 집(自通齋).

자신과도 타인과도 자연과도.....

이 손바닥만한 공간에 사람이 깃들고 마음이 함께 하는......

그대들은 저의 단비입니다. 가슴 깊은 감사를 내려놓는 경건한 아침입니다.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에서 기분을 채워주는 쾌족의 상태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는 유익한 좋은 삶의 행복이 함께 할 때 지상의 복락이 완성되는 거라지요. 오랜 친구와도, 오늘 처음 만난 이와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삶을 얘기하고 흉금을 틀수 있다는 거. '나다움'이 무엇인지 타인의 삶에 비추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가 새록새록 와닿습니다. 저는 참 잘 될 거여요. 오늘 또 진정성있는 만남을 통해 지지와 축원을 받았으니 말이에요.


별헤는 밤, 새벽에 길떠날 종일ㆍ서진ㆍ럭키 가족에게 또 한없이 고마워집니다. 그리고 그 지난한 겨울을 함께 나며 시간을 견뎌준 고마운 이웃 현실. 그대들 덕에 내가 아직도 웃을 수 있음을 수줍게 고백하고픈 밤. 나는 누구인지 유난히 빛나는 스텔라가 제 길을 비춰줍니다.


어제부터 읽고 있는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

<프레임>에 이은 또 하나의 행복론.자겸( 自謙) 쾌족(快足)이라 치환할 행복은 지금까지는 행복 경험 그 자체보다 행복의 조건을 말하고 있을 뿐이었기에 행복에 대한 다양한 오해들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선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경계와 의심의 대상으로 있는 행복.그 실존하는 오해를 풀어내고 일상 속에 있는 행복을 찾는 방법을 역설하는 다양한 논증과 실험들.


확실히 그랬네요. 말이 통하는 이들과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로의 관점을 듣고 지지하는 대화는 언제나 성장을 부릅니다. 오늘도 한 뼘 자라는 생각으로 일상에 널린 행복을 봅니다. 컨셉 커뮤니케이션의 비전과 미션,가치를 그리며 함께 함에 감사를 드리는 시간. 역시 온 천지가 도량입니다. 배움이 멈추지 않는 한,성장판은 조금씩 조금씩 열려갈 테지요. 오늘도 사람이 만나야 할 이유,배워야할 이유들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