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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Aug 23. 2024

그리고 다시 신호등이 켜졌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같은 날에




산, 하늘, 노을, 정렬된 집, 잠시 노을빛을 품은 호수는 저 멀리서 서로 자신의 색깔을 드려내며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 특별한 순간을 우연히 지나치는 차 안에서 만났다. 하늘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벽돌색 지붕, 초록 벨벳 같은 잔디 위의 빠알간 푯대들까지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여름날이었다. 맑고 오염되지 않은 유리창 너머로 만년설과 구름이 보였다.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 안에는 열 개 정도의 색채가 어우러진 마을과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 반경 안에서 다가온 또 다른 계절을 느꼈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같은 이 작품들은 도서관 복도에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촬영한 풍경이다. 앞서 소개한 호수 사진과는 약간의 지붕 색상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나만이 해독할 수 있는 공통 암호를 가지고 자로 잰듯한 울타리도 눈에 띄었다. 거뜬히 넘을 수 있을 듯한 어떤 형태의 사물조차도 모두 대자연에 속해있었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같은 이 사진 작품들은 잠시 산책 중에 만난 오르막 길의 울타리 풍경이다. 나무의 얇은 막이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만들어 주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루었다. 자연스러운 나무의 텍스처와 색감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흙냄새와 나무 냄새, 그리고 잠시 멈춰 선 나의 발걸음이 만났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신호등이 켜졌다. 그 초록 불빛에 나는 다시 가야 할 길을 향해 나아갔다.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하나의 아주 작은 순간이었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같은 이 작품들은 볼더 대학의 풍경이다. 그린 벨벳 위에 일정하지 않지만 적절한 간격으로 심기워져있는 나무 몇 그루와 차가운 벤치, 그림 같은 건물, 생동감 있는 인물, 그리고 하늘빛이 렌즈 속에 담겨졌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같은 이 작품들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촬영한 풍경이다. 따라서 명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평생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 되었다. 이 땅이 넓고 광활하다는 이유로 멀리, 또는 높이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화려한 시간이 꿈처럼 빠르게, 온갖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에 계속해서 대자연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것이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같은 이 작품들은 홈스테이 내 방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내가 이 방에 계속해서 머물고 싶었던 이유이다. 나만의 시간이 차고 넘쳤다. 그리고 나는 더욱더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이 세상을


맨 처음 보기라도 한 것처럼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세상은 아름다웠으며,


이 세상은 오색찬란하였으며,


이 세상은 기기묘묘하고


수수께끼 같았다.




여기에는 파랑이 있었고,


여기에는 노랑이 있었고,


여기에는 초록이 있었으며,


하늘이 흘러가고 있었고,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숲이 우뚝 솟아 있었고,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삼라만상이 아름다웠으며,


삼라만상이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었고


요술 같았다.



Your Soul Is The Whole World



siddhartha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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