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은 없고 무지개만 - 미묘한 색채
쌍무지개를 만난 날 – 잘못된 길 위의 기적
홋카이도 어느 들판,
우리는 하루에 세 번이나 무지개를 보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쌍무지개.
첫 번째 쌍무지개는 바로 사진 속의 이곳이다.
처음엔 청정지역의 젖소들을 만나러
내비게이션에 ‘목장’을 찍고 달린 길이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목장이 아니었다.
사람도, 동물도, 그 어떠한 생명의 소리도 없었다.
우리를 맞이한 건 짙은 숲과 구불구불한 길,
멈춰 선 하늘.
그리고 오직 자동차 바퀴소리와 창문 내리는 소리.
깜빡이 소리. 감탄조차도 사치스러운듯한
애니메이션 같은 환상 속에 풍덩 들어간 기분이었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멈춰 섰다.
빗소리를
즐기며 영상을 찍고 있는데
어머나…
그곳에 쌍무지개가 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우리 둘 다,
뭐라 말할 수 없어,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우린 그간 참 많은 실패를 겪어왔다.
삶도, 관계도, 생명을 기다리는 시간도…
어딘가 늘 연약했고,
무언가 조금씩은 부서져 있었던 나날들.
그래도 *‘다시 한번 일어나 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무지개를 감추시다가
바로 이날의 여정 위에
하나님은 무지개로 응답하셨다.
꽤나 오래 걸렸었다:
“그 무지개는 하늘에 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못된 목적지를 찍고
달리다 멈춰 선 길 위에 떠 있었다.”
사실 그건 네비의 단순한 오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풍경과 이야기를 놓고 보면,
단지 기술의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었다.
목장을 찾아간다는 평범한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그 여정은 결국
우리 부부만을 위한 하늘의 약속을 만나는 길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은 목장을 향했지만,
하나님은 무지개를 예비해 두셨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도 없고,
젖소도 없고,
오직 고요한 하늘과 쌍무지개만 있는
그 길 위로 보내셨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