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SF게임>
이제 곧 ‘닌텐도 스위치 2’도 발매된다고 하니 이번에는 오랜 만에 게임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
많이 인식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게임은 ‘악의 중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최근에 참석한 이스포츠 관련 학술대회에서 나온 이야기만 봐도, 이스포츠를 비롯한 게임은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 문화이고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교사들이 게임과 함께 자라온 세대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독, 시간 낭비, 폭력성 등의 문제로 게임은 교육에 해롭고 멀리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져 오고 있다.
유명한 여성 SF작가인 김초엽 씨도 본인을 무척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아무튼, SF게임>이라는 책에서 밝히면서도 게임이 중독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유럽으로 여행을 가면서 열한 시간의 비행시간이 모바일 게임 하나로 30분으로 여겨졌다는 이야기부터, 돈이 없어 고성능의 PC를 살 수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게임기로 가득한 방에 자신을 감금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중독성이 있는 게임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중독성이 있는 게임은 뭔가 스토리가 재미있는 게임이라기보다는, 교묘하게 레벨을 설정해 놓아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게임을 깰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승부심을 자극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자극을 받아 몰입을 하게 되면 몇 시간이 순삭되고 어느샌가 창밖이 밝아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뭐 그런 경험이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나는 김초엽 작가의 마지막 의견에 동의한다. 이제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재력 등 모든 것을 갖췄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없다고... 그것은 바로 체력이다. 게임으로 밤을 새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다음 날 일정이 모두 망가지기 때문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게임 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어린 친구들은 이 부분이 잘 안되니까 힘들어하는 것이겠지만.
게임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질병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되어오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다른 모든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게임도 중립적인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약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 말한 학술대회에서 필자는 희망을 봤다. 왜냐하면 게임을 교육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려는 접근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게임이 학생의 의사소통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협업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코로나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런데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게임에서는 서로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완화되고, 공동체성을 이루는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외에도 게임이 어려운 역사적 지식이나 과학적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채널이 된다든지, 아픈 환자가 암을 물리치는 게임을 하는 동안 쓴 약을 열심히 먹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부여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유익한 사례가 있다. 그러한 좋은 점들을 교육과 치료 등 공익적인 목적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책에서 김 작가는 중독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게임은 여러 매체 중에서도 특히 몰입의 감각을 강하게 끌어내는 매체인 만큼 늘 주의할 필요가 있고, 재미나 내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오직 중독성만을 겨냥하며, 그 중독성이 수익 모델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게임들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제 게임은 이스포츠 형태로 많은 이들이 즐기는 문화인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이스포츠 경기장에도 대회가 열리면 많은 이들이 방문을 한다. 한 번은 금요일, 토요일 이틀간 대회를 하는데 7천 명 정도의 관람객이 몰려와서 놀란 적이 있었다. 대회 자체를 온라인으로 중계도 하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이 몰릴 이유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현장에서 판매하는 한정판 굿즈 마켓도 참여하기 위해서 방문한 것이었다. 요즘엔 이렇게 게임이 굿즈, 콘서트 등과 결합하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처럼 게임이 젊은 세대의 여가 문화로 예전부터 자리잡은 것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독성의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 문제인 것 같다. 학생의 경우에는 부모님과의 협의 하에 시간을 정해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부모님과 어떤 게임을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부 게임은 내용이나 스토리가 전무하고 그저 수익을 위해 중독을 유도하는 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이 이상적인 내용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악하다는 인식 하에 무조건 게임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른 미디어처럼 어떤 콘텐츠인지를 가족과 함께 공유하며 게임을 하면 좋겠다.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게임은 가족이 서로 대화하고 여가를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운 문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