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오늘은 오랜만에 기독교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 제목은 <넷플릭스가 삼켜버린 기독교>(홍광수 저, 세움북스). 기독 도서 중에 대중문화를 다룬 책이 많지 않은데, 이런 책이 나와서 필자는 무척 반가웠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 어떤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와 미디어가 기독교적인 가치들을 정복했다는 의미로 들리지 않는가? 책은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되어 기독교적 가치를 가로막는 시대에 우리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바벨탑 속 기독교’라는 파트이다. 미디어 때문에 영향력이 축소된 기독교 이야기가 나오는 문제제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영화들을 예로 들면서, 이 영화들이 어떻게 기독교를 오해하고 왜곡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기독교 콘텐츠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끝낸다.
내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세상 문화에 대해 비판은 많이 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운데, 이 책은 비록 그 분량은 많지 않지만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대안 부분은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더 깊게 생각해 보기로 하자.
저자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설교 행위를 꼽는다면, 단연코 그것은 ‘영화’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미지가 강력하다는 의미이겠다. 잠시 미디어에 등장하는 기독교를 생각해보자. 실제에서는 만나기 힘들 것 같은 이상한 교회와 교인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저자는 이 현상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지는 미디어와 대중을 빠르게 오가며 생산되고 강화되고 유포된다.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유포되면서 특정한 이미지가 더 강화되고, 이 유포 과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리 잡은 이미지를 다시 미디어가 활용하고 유포하면서 재강화가 이루어진다’(p.32)
미디어는 제한된 시간 안에 스토리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특정한 부분을 부각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더 기괴한 이미지가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 여러가지 예가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 더 그레이>다. 일본 만화원작과 다르게 우리나라 리메이크판은 ‘교회’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새진교회’를 기생수들이 자신의 본거지로 삼아서 회합을 가지는데, 거기에 모이는 기생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목사가 하고 있다. 교회가 괴물들의 본거지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교회가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군상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런 모습에 대해서 우리는 잘못된 이미지라고 항변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러한 항변에 관심이 없고 계속적으로 잘못된 이미지를 주입받아 교회에 대한 오해만 더 쌓여나간다.
그래서 저자가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교회의 모습을 일반 관객들은 실제 교회의 모습으로 오해하기가 쉽다. 그래서 저자는 작게는 우리의 삶을 통해 미디어 속 교회의 이미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적극적으로는 기독교가 가진 언어를 미디어라는 언어로 번역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달리 말하자면, 결국 크리스천은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희생과 용서, 자비 같은 제자의 삶보다는 세상 사람과 똑같이 성공과 명예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모순된 삶을 살아간다면,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교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계속 교회를 무시하지 않을까. 교인들에 대해 뭔가 나와 차원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야 그들이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나의 삶이 사람들이 가진 교회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로, 필자는 교회가 스토리텔링을 자신의 본연의 임무로 삼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기존의 질서와 권력의 이미지를 깨고 죽음으로부터 삶을 해방하는 유일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세상 사람들이 죄에서 구원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오직 예수님 안에서 열어 놓으셨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직접 ‘이미지’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 콘텐츠를 만들기가 점점 더 쉬운 세상이 됐다. 기독교적인 기획안만 있다면 AI를 활용하여 기본적인 시놉시스를 짜고, 또 영상을 만드는 것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쉽게 영상을 올리고 배포할 수 있다. 방송국과 같은 대규모 자본이 아니어도 선한 이미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열린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작은 규모의 콘텐츠지만 아이디어가 넘치는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꿈꾸고 기대한다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의 혁신을 위해 내적으로, 외적으로 변화하는 크리스천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