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 월요일에는 ‘김세윤의 영화음악’ 코너가 있(었)다. 영화평론가인 김세윤 씨가 자신이 본 명작들을 청취자에게 소개하는 코너인데, 소위 말하는 ‘띵작’들이 여기서 소개되곤 한다. 그가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자신을 엉엉 울게 만들었다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그게 바로 <코코>라는 영화다. 아이들을 보여주려고 들어갔다가 어른이 울고 나온다는 바로 그 영화 <코코>.
필자는 예전에 이 영화를 보려다가 끝까지 못 봤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크리스마스 영화 소개를 위해 제대로 본 뒤에는 역시나 후반부에서 눈물이 주르륵... 영화를 이미 보신 분은 알겠지만 주인공 미구엘이 증조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구간이 ‘눈물터짐’ 구간이다. 그럼 <코코>는 과연 어떤 영화인가?
<코코>의 주된 배경은 멕시코이며 현재도 축제로 진행되고 있는 ‘죽은 자들의 날’이 등장한다. 이 ‘죽은 자들의 날’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세상을 떠난 친지를 기리며 그들의 명복을 비는 명절이다. 이 기간 동안 죽은 자들의 영혼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내려와 친지들을 만나고 그들이 준비한 제물을 받는다.
주인공 미구엘은 우연한 계기로 저승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미 죽은 사람들이 저승에서도 이승과 같이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죽은 자들의 도시에서 미구엘은 증조할아버지를 만나려고 모험을 떠난다.
여기서 미구엘이 발견한 것은, 이미 죽은 이들도 이승에서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면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하고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 그래서 ‘죽은 자들의 날’ 기간 중에도 이승에 자신의 사진이 없으면 영혼이 이승으로 못 내려온다는 설정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죽은 자들의 날’을 하나의 축제로 즐기면서 해골 분장을 하고 퍼레이드를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모든 태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러하기에 죽음이란 것을 애써 두려워하고 극복해야할 어떤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우리가 멀리하는 ‘죽음’이라는 관념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행위이다.
또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죽음으로 이별한 이들을 그리워한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다리 너머 다른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이들을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그래서 죽은 자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한 그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설정. 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래서 필자는 <코코>를 화려한 사후세계, 좋은 음악, 독특한 남미 문화, 따뜻한 가족애로 가득 찬 멋진 영화로도 추천하지만, 그보다는 크리스마스에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영생’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영화는 누군가 기억하는 한 저승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모두가 나를 잊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는 불완전한 영생이다. 그것이 아니라 나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고, 영원히 그 분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그 길만이 완전한 영생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인공은 미구엘인데 왜 영화 제목은 <코코>일까? 영화를 못 본 분들을 위해 이 질문을 남기며... 이 질문부터 시작하면 죽음이란 무엇인가, 영생의 방법은 무엇인가, 예수님은 왜 태어나셨으며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이 줄줄이 나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