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가? 오진 아닌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병이? 치료는 가능할까? 등등..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되어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잘한다는 병원을 전전하며, 명의를 찾아다닌다.
2021년 국가암정보센터 보고에 의하면 한국인이 암에 걸릴 확률은 38%로 약 3명 중 1명은 걸리는 흔한 병이 되었고, 하루에 약 2백20명이 암으로 죽는다 [1].
암은 심각한 병이다. 그래서 만 20세 이상 자궁경부암, 만 40세 이상 위암, 간암, 유방암, 만 50세 이상 대장암, 그리고 만 54세 이상 고위험군에게 폐암 국가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2].
하지만 필자는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
왜?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에 놀라거나,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암의 본질'을 알게 된다면,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실 분도 있을 것 같아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겠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암의 성장 과정이다.
암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한개의 세포에서 시작한다.
학창시절 '생물' 수업에서 배웠듯이 하나의 세포가 어느 정도 커진 다음 두 개의 세포로 나누어지는 것을 세포분열이라 하며, 암세포도 마찬가지로 1-2-4-8-16-32 순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암세포가 한번 분열해서 크기가 두배로 되는 시간을 TVDT(tumor volume doubling time)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암 세포라 생각하면 뭔가 급속하게 자라는 걸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소아암처럼 비교적 빠르게 세포분열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인암인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은 느리게 세포분열하며 평균 약 100-150일 정도로 추정한다.
이런 암세포 하나가 자라서 1mm³ 크기가 되는 데는 약 6년 걸린다. 이 정도 크기론 진단이 안되지만 이미 암 환자다. 암 크기가 1cm³ 되기까지는 약 10년 걸린다. 암세포가 10억 개 정도 되었을 때의 크기다. 이 정도는 커야 CT, MRI, 초음파검사에서 암을 볼 수 있고 진단이 가능해진다 (아래 그림) [3].
S Friberg, et al.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1997
초기 암은 아주 작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 그래서 검진을 통해 암을 빨리 발견하려 하지만, 검진으로 발견되는 암은 생긴 지가 이미 오래된 암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인 경우 직경 1cm 이상은 되어야 진단이 가능한데, 유방암세포 하나가 이 정도까지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7년이다 (아래 그림) [4].
A Ives, et al. Expert Review of Obstetrics & Gynecology 2010
물론 암세포 종류에 따라 빨리 자라는 암, 늦게 자라는 암 등 다양한 속도로 자라지만 최소 콩알 크기(0.5-1cm)는 되어야 진단이 가능한데,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5-10년 걸린다.
즉 우리가 조기 검진하여 발견한 암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몸속에서 자라고 있던거라, '조기' 암이란 말은 타당하지 않고 사실은 '후기' 암이다.
암의 특징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장소로 전이하는 것이다. 전이하지 못하는 종양은 양성종양(=혹)이라 큰 걱정할 게 없지만, 전이하는 악성종양(=암)은 무서운 병이다. 암의 전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언제 다른 부위로 전이를 시작할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암 환자의 운명을 좌우한다.
암이 언제부터 전이되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발생한 부위, 세포 종류, 환자 면역력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암이 진단된 이후에 전이를 시작한다면 암 검진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수술로 암덩어리를 제거하면 완치가 되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암의 전이는 검진에서 진단되기 훨씬 전에 이미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암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전이가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019년 저명 학술지인 네이쳐(Natur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간이나 뇌로 전이된 대장암 환자의 81%는 놀랍게도 현대 의학으로 진단이 불가능한 0.01cm³ 이하의 크기에서 이미 전이가 일어났다고 한다 [5].
0.01cm³ 이하의 크기란, 깨알보다 작은 크기로 암이 생기고 불과 1-2년밖에 안 지난 시점이다.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암이 진단되는 일반적 크기인 0.5-1cm 정도로 자라기 훨씬 전에 이미 전이는 일어난 상태라 볼 수 있다. 전이된 암세포는 최초암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또다시 성장을 시작한다.
최초암이 발견되고 수술로 암 부위를 완전히 들어내어 완치되었다고 기뻐하지만, 수년 후 또 다른 곳에서 암이 발견되어 좌절하는 상황을 주변에서 흔히 목격한다. "암이 재발되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재발이 아니라 이미 전이되어 있던 미세 전이암이 커지면서 증상이 발현된 것이다.
암환자 사망 원인의 90% 이상은 최초암이 아니라 전이암으로 사망한다 [6].
조기라고 발견된 암을 아무리 잘 치료한다 하더라도, 이미 전이된 암을 치료할 방도가 없으니 암 환자는 대부분 사망한다.
암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전이' 때문인데 불행히도 전이된 암 치료에 대해선 현대의학으로도 속수무책이다. 지난 수십년간 전이암에 대한 치료는 별 진전이 없었다 [7].
아래 글은 전이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일반인은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셔도 된다.
암 전이의 시작은 암세포가 원래의 상피세포로서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섬유모세포처럼 세포 모양이 길쭉해지고 혈관 내로 이동이 편리한 형태로 변하는 EMT(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상피-중간엽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작된다. EMT 과정을 거친 암세포가 혈관 내에서 CTC(circulating tumor cell, 종양순환세포), 즉 암의 씨앗이 되어 타 부위로 전이한다. 이후 CTC가 혈관을 빠져나와 전이된 장소에서
MET(mesenchymal-epithelial transition, 중간엽-상피 전환) 과정을 거쳐 암세포로 다시 분열하고 성장하여 전이암을 형성한다 (아래 그림) [8].
CL Chaffer, et al. Science 2011
(*위 그림 설명 A. 최초암에서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관 근처까지 이동. B. 혈관을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감. C. CTC(circulating tumor cell, 종양순환세포)가 혈류를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 D. 혈관을 빠져나와 다른 장기로 들어감. E.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고 생존. F. 전이된 장소에서 다시 세포분열과 성장을 시작함.)
암 조기 검진이 큰 도움이 안된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선 몇가지 용어를 알아야 한다.
1. 조기검진 및 과잉진단
‘조기 검진’이란 말은 잘못된 용어다. 왜냐면 임상적으로 암 덩어리가 발견됐을 땐 비록 크기는 작지만, 이미 최소 5-10년 정도 자란 후라 생물학적으로는 늦게(biologically late) 발견된 것이다.
조기 검진은 과잉진단의 위험이 있다.
암 검진을 위해 유방암에 유방촬영술(mammography), 전립선 암에 PSA(prostate specific antigen, 전립선특이항원) 검사 등을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러한 검진이 실제로 사망률을 낮추지는 못한다.
유방암 검진 지침에는 4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번 유방촬영술(mammography)을 시행하라고 되어있다 [9].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의 2016년 보고서에서 50-74세 여성에게 유방촬영술 정기검진은 자궁경부암 A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B등급으로 정하였지만 [10], 캐나다에서 40-59세 여성 약 9만명을 정기검진 한 군과 정기검진 안한 군으로 나누어 25년간 추적관찰한 대규모 연구 결과, 정기검진은 암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고, 암으로 진단된 환자 22%는 과잉진단이었다고 보고했다 [11].
국제적 비영리 연구단체로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아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코크란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의 보고에 의하면 유방촬영술은 유방암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지 못하기에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12].
그 이유는, 만약 2천명 여성이 2년에 한번씩 10년간 검사하면 1명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을 피할수있다. 하지만 건강한 여성 10명이 불필요한 수술 및 치료를 받게되고, 건강한 여성 200명이 암으로 잘못 진단되어(위양성) 불안과 공포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유방암 검진은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13].
전립선암 검진에도 문제가 있다.
조기발견을 위해 50세부터 1년에 한번 PSA 수치를 확인하고, 수치가 높을 경우 조직 검사를 하라고 한다 [14]. 하지만 이미 2012년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 에서는 PSA검사를 정기검사로 권하지 않았다 (D 등급) [15].
2018년 조금 완화된 지침이 나왔는데, 55세에서 69세 사이의 남성에게 "1000명을 13년간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을 약 1.3명 줄인다"는 PSA 검사의 미미한 장점을 설명한 후 개인이 원하면 검사할 수 있으나, 70세 이후에는 하지말라고 했다 (C 등급) [16].
PSA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전립선암과 상관없이 사망한 남성 320명의 전립선을 사체부검(autopsy) 한 결과, 60대가 되면 40%에서, 80대는 60%에서 전립선 암을 이미 가진 것으로 나왔다 [17].
즉 많은 남성에서 자신도 모르게 전립선암이 발생하지만, 검사가 없었다면 대부분은 암이 있는 줄도 모르고 아무 문제 없이 살다가 수명을 다한다. 죽을 때 암을 가지고 죽지만 암 때문에 죽은 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검진으로 암을 찾아내어 암 환자로 진단되는 순간, 수술이나 방사선 또는 항암치료 등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2018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전립선암 국제 전문가 보고에 의하면, PSA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불명확한데 반해 단점은 명확하기에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등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 외엔 PSA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했다 [18].
PSA검사로 양성이 나오는 확률은 7명 중 1명이고, 이 중 85%는 조직검사를 시행하는데, 조직검사에는 여러가지 합병증이 따른다. 혈정액증(93%), 혈뇨(66%), 심한통증(44%), 발열(18%), 감염 등 입원이 필요한 중증 합병증(1-2%)도 발생한다. 조직검사를 한 사람의 2/3는 암이 아니라는 소견이 나온다(위양성). (*PSA 수치는 전립선비대증에도 올라가므로, 전립선암과 절대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으로 확진된 환자의 15%는 PSA 수치가 정상으로 나온다.)
PSA 검사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진단에 따른 과잉치료다.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상당수의 환자는 그냥 두어도 평생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지만, 검진으로 암을 진단받게 되면 다급한 마음에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된다. 전립선 전절제술 수술받은 1000명 중 3명은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50명은 심각한 부작용(1/5은 요실금, 2/3는 성기능장애)으로 남은 평생 고통을 겪는다. PSA 검사로 사망률을 줄이는 확률은 1000명당 1명 정도로 미미한데 비해, 검사나 수술 부작용은 상당하다. 전립선암 진단받은 환자의 20-50%는 과잉진단이다 [19,20].
한국에서는 고령인구의 증가, 서구적 식습관, PSA 등 진단기술의 발달로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초기 발견을 위해 조기 검진을 꼭 해야 한다고 권해왔다 [21].
하지만 최근에 조기 검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PSA 검사를 조사한 결과,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과잉진단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래 기사) [22].
과잉진단이 가장 많은 분야는 갑상선암이다.
한국에서는 1999년 국가 암검진사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진을 시작하였고 2002년부터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갑상선암은 암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저렴한 비용을 추가로 내고 초음파검사를 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갔다.
그 결과, 2011년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환자 수는 1993년에 비해 무려 15배가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저명 학술지 NEJM에 기고된 논문의 제목이 'Korea’s thyroid-cancer epidemic'(한국의 갑상선암 유행병) 이란 말이 쓰일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래없던 갑상선암 급증 사태가 생겼다 (아래 그래프) [23].
그에 따라 수술이 급증했고, 갑자기 전 국민의 유행병이 된 갑상선암이 각종 보도에 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래 기사) [24].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좋은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진단이 많아지고 수술이 많아지면 당연히 사망률이 감소해야 하지만, 그 많은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그대로였다. 즉 과잉진단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암 검진과 수술 목적이 사망률을 줄이는 건데, 사망률을 줄이지 못하는 검진과 수술을 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를 위하여?
사실, 갑상선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0.5명 정도로 이름만 암이지 사실상 암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망률이 지극히 낮다 [25]. (*참고로 독감 사망률이 0.05% 정도니, 갑상선암보다 독감이 100배 더 위험하다 [26].)
갑상선암은 매우 천천히 자라는 암이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고 해서 생존율을 더 높이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를 하면 오히려 더 해가 되는 게 갑상선암이기에 세계적인 암 검진 지침은 물론 우리나라 지침에도 갑상선암은 조기검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기에 발견해 완치하면 환자에게는 이득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가 있다. 암으로 진단되면,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과 이후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먹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수술 중에 목소리에 관련되는 신경을 건드려 문제가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갑상선암 진단 없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일단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가 되면, 평생을 살면서 공포감과 경제적 손실을 겪어야 한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갑상선암 환자를 만들어내는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2. 'lead time bias'(선행기간 편견)
암 검진으로 암이 빨리 발견된 환자가 더 오래 살아, 수명이 연장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여기에는 lead time bias 라는 함정이 있다. lead time 이란 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된 시점과, 증상이 있어 암이 발견된 시점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치료가 암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암인 경우, 검진 후 암 발견자의 수명이 증상 후 암 발견자의 수명과 별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진 후 암 발견자가 증상 후 암 발견자보다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 도표의 경우처럼, 검진을 하나 안하나 환자의 수명은 70세로 똑같으나, 검진 후 암 발견자가 증상 후 암 발견자에 비해 7년 더 사는 것처럼 보인다 [27].
O Wegwarth, et al.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2
빨리 암을 발견해서 기뻐할 일인가?
아니다. 위의 경우처럼 검진 후 암 발견자는 증상 후 암 발견자에 비해 7년 더 암 치료로 고생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생존율을 늘리지 못하는 암 검진은 lead time bias 로 인해 길어진 수명으로 환자에게 고통을 더 줄 뿐이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암 조기 검진이 효과가 있으려면 암 조기 발견 후 치료로 생존율을 증가시켜야 하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암세포는 검진으로 발견되기 전에 이미 전이를 하기에 치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기 검진으로 암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암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못주는 조기검진은 별 도움이 안된다.
병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증상이 발생한 후 치료해도 결과가 마찬가지라면, 먼저 발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것이 lead time bias다.
하지만 암 조기 발견 후 치료가 암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엔 조기 진단이 도움이 된다.
미국 질병 예방 특별위원회(USPSTF)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조기 검진의 효과가 확실한 A 등급의 암은 2가지뿐으로 자궁경부암(21-65세)과 대장암(50-75세)이다. 참고로 B 등급은 유방암(40-74세), 대장암(45-49세), 폐암이고 C 등급은 전립선암(55-69세), 대장암(76-85세)이다. 조기 검진을 아예 반대하는 D 등급에는 갑상선암, 췌장암, 난소암, 고환암이 있다 [28,29].
3. '5년 생존율'
암 환자에 대한 통계를 얘기할 때 ‘5년 생존율’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유방암 1기는 5년 생존율이 98%, 위암 2기는 5년 생존율이 70% 등..
5년 생존율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암 환자 예후 측정에 표준이 되어 왔기에 그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그 개념이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이유는 2가지인데, 하나는 앞에 말한 lead time bias로 조기검진 환자가 더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잉진단 편견(overdiagnosis bias)으로 아래와 같다.
조기검진을 많이 하면 할수록 암 환자는 늘어난다. 암 종류는 다양해서 진행하는 암도 있고, 진행하지 않는 암도 있다. 아래 도표처럼 검진하지 않고 진행하는 암을 가진 환자 1000명의 5년 생존율을 40%라고 볼 때, 검진하면 추가로 발견된 진행하지 않는 암 2000명(과잉진단)을 더한 3000명의 5년 생존율은 80%로 증가한다. 즉 조기검진으로 5년 생존율은 2배로 증가하지만, 실제로 환자의 사망률은 동일하다 [27]. 따라서 '5년 생존율'의 증가를 조기검진의 이점으로 선전하는 건 일종의 난센스다.
O Wegwarth, et al.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2
'5년 생존율'은 암치료의 효과를 나타내는데도 사용한다.
5년 생존율이 향상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환자들은 치료 성적이 좋아 사망자가 감소한 걸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국립암센터의 정보(1950-1995년)를 이용하여 가장 흔한 20 종류 암들의 5년 생존율을 조사한 보고서가 있다. 5년 생존율이 3%(췌장암)에서 50%(전립선암)까지 증가한 암이 있었고, 사망률은 12 종류에서는 줄었고 8 종류에서는 늘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이 늘어나는 것과 사망률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즉 5년 생존율이 늘어난 건 암 검진의 대중화 효과로 lead time bias 와 overdiagnosis bias 효과 때문이지, 실제로 암 사망률은 개선되지 않았다 [30].
5년 생존율을 완치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개념이다. 물론 빨리 자라는 암(e.g, 급성백혈병이나 고환암)인 경우엔 같은 뜻으로 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암(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신장암 등)은 수년 또는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자라는 암이라 5년 생존율이 완치를 뜻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 진단과 치료 후 5년까지 살아있으면 ‘완치’라고 판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31].
“5년 생존율이 100%다”는 말이 완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전이된 암이 자라는 속도는 최초암과 거의 비슷하다. 만약 검진으로 진단된 크기인 1cm로 자라는데 10년 걸린 암이 있는데 전이가 6년째 발생하였다면, 최초암 제거 수술하고 나서 5년 동안은 아무 문제 없이 산다. 따라서 '5년 생존율 100%'로 완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불과 1년 후에 다시 암이 발견된다. 전이된 부위에서 자란 암이 검출된 것이다. 이에 많은 환자들이 좌절하고 심지어 의사를 원망하기도 한다. 잘못된 용어로 인한 폐해다.
암 검진의 장점으로 흔히 부각시키는 '5년 생존율 향상'이란 큰 의미 없는 통계 용어에 불과하다. 암 환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건 5년 생존율이 아니라 사망률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과학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연구 기관인 막스 플랑크 협회 소장 게르트 기거렌처(Gerd Gigerenzer) 박사는 '5년 생존율' 같은 용어로 검진 효과를 호도하는 논문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도록 촉구했다 (아래 기고문) [32].
암 검진은 암 사망자를 줄이지 못했다.
미국 암학회에서 1975년부터 2015년까지 40년간 발생한 모든 암의 빈도 및 사망률을 조사한 보고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남성암 빈도가 급증한 것은 PSA검사로 전립선암 발견이 많아진 걸 의미하고, 이후 PSA검사로 인한 과잉진단 문제가 대중에게 알려진 후 검사가 줄면서 암 빈도도 줄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사망률에 큰 변화는 없지만 미세하게 감소하는 이유는 담배의 위해성으로 금연하는 인구가 늘어 1990년대부터 폐암 빈도가 연간 1.5%씩 줄었기 때문이고 혈액암, 임파선암 및 소아암의 치료성적이 좋아진 것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흔히 접하는 성인암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미국에서 지난 40년간 암 검진과 치료법이 발전했다 하여도, 전체적인 암 사망률에 큰 변화는 없었다 (아래 그래프) [33].
건강은 누구의 책임일까?
실존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란 유명한 말을 했다. B는 Birth, D는 Death, C는 Choice의 약자로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건강을 위해 암 검진을 선택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만만치가 않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어느 것이 진짜 옳은지를 인간의 능력으로 100% 알 순 없다. 각자의 선택이고, 책임도 각자의 몫이다.
암의 본질과 조기 검진의 한계점들을 알고 난 후 필자는 더 이상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
득 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암 조기 검진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 S Friberg, S Mattson. On the growth rates of human malignant tumors: implications for medical decision making.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1997;65(4):284-297.
4. A Ives & C Saunders. Breast cancer associated with a concurrent or subsequent pregnancy. Expert Review of Obstetrics & Gynecology 2010;5(3):357-369.
5. Z Hu, J Ding, Z Ma, et al. Quantitative evidence for early metastatic seeding in colorectal cancer. Nature genetics 2019;51(7):11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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