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론인은 어떤 생각을 하며 기사를 쓰는 것일까

언론고시 준비에 앞서, 꼭 알아야 할 '언론인의 사고방식'

by 문현웅

언론인은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전달자' 포지션입니다. 기사를 매개로 독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송신'할 뿐 '수신'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치지직이나 숲(SOOP) 라이브 방송 등 정보 발송자와 수신자가 상호 간에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고는 있습니다만. 레거시 미디어인 '신문'이나 'TV 프로그램' 등 언론인이 만드는 콘텐츠는 소통이 부재한 '일방적 전달'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즉각적인 소통이 원천 불가하다는 것은, 콘텐츠를 감상하던 독자 입장에선, 열독 중 이해가 가지 않는다거나 의문이 생겼을 때 그것을 바로 질문해 피드백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독자 혹은 시청자의 '콘텐츠 경험' 관점에선 뉴미디어에 비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정보를 전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바로 질문이 가능한 매체를 더 좋아할까요, 아니면 알아서 찾아야 하는 매체를 보다 선호할까요?


'올바른 정보 전달'이 언론의 핵심 기능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약점은 한층 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독자가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기를 듣던 중 새로운 의문이 떠오르더라도, 수신하는 쪽에서는 답답함을 느끼며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라 말하기는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비단 언론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상급 학교 진학이나 새로운 기업 입사를 위해 논술 및 작문 전형에 응시하고 있다 가정해 봅시다. 그렇게 써낸 글은 이래저래 여러분 손을 떠나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심사위원이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읽다가 의문이 들더라도, 뭔가 팩트가 틀린 부분을 발견하고 말았다 해도, 작성한 사람으로선 손 쓸 도리가 전혀 없습니다. 면접이라면 즉각적인 소통 과정에서 어느 정도 보충이나 정정이 가능할 테지만, 펜 끝에서 벗어난 종이를 통제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글쓰기 환경에 익숙한 사람, 즉 '언론인'은 이와 같은 핸디캡을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또 극복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 처할 수 있는 사람, 즉 '논술 및 작문 전형'에 응시해야 하는 학생과 취업준비생은 어떠한 식으로 글을 쓸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인류사에 걸쳐 오랜 시행착오를 겪어 온 언론이 내린 답은, '콘텐츠를 만드는 때 독자가 의문의 여지없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극도로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 누가 보더라도 오독할 여지가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풀어 써 주고, 또 새로운 의문이 돋아나지 않도록 하나의 콘텐츠에서 파생(될 것으로 예상되는)하는 궁금증까지 미리 해소해 주는 방향으로 글을 작성해 버린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언론인이란 사람들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는 기사'인 동시에 '누가 보더라도 새로운 의문이 나올 틈새가 없이 독자가 궁금한 것을 예측까지 해 모두 설명해 준 기사'를 쓰고자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언론인은 기본적으로도 '저학력자도 한 번 보면 막히는 부분이나 추가적인 궁금증 없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기 마련입니다. 작성자가 아니라 독자의 시선과 수준에서 보았을 때 말이죠. 도중에 어떤 이유로건 '?'가 나오면 안 됩니다. 더군다나 예능이나 드라마도 아니고 '기사'처럼 '정보 전달이 생명'인 콘텐츠라면 더더욱이나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보도록 하지요. 이를테면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달아난 사람을 기사로 다룬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에서 A씨가 생선구이 백반을 먹던 중 식사 요금을 내지 않고 문 밖으로 달아났다.


꼴이야 기사 모양새를 최소한으로라도 갖췄다지만 내용 측면에선 많이 모자랍니다. '?'가 튀어나올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단연 A씨입니다. A씨가 누구냐에 따라 언론에서 다룰 가치가 있냐 없냐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A씨가 3선 국회의원이라면 어떨까요? 누가 생각하더라도 기사감입니다. 하지만 A가 평범 이하인 시민이라면 독자 입장에선 '이게 기사로 다룰 일인가?'라는 의문부터 들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에 기사를 쓸 요량이라면 A씨가 누구인지는 독자에게 분명히 짚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실명을 밝히는 지경까진 차마 이르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가치 판단이 가능할 수준까지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A 씨뿐만이 아닙니다. 던질 수 있는 질문은 한둘이 아닙니다. 무슨 생선이었는가? 생선은 몇 토막이었는가? 왜 다 먹지 않고 ‘도중’에 나갔는가? 주인은 왜 그를 막지 못했는가? A씨는 예전엔 가게에 온 적이 없는가? 여러분이 기자가 되건, PD가 되건, 방송 저널리스트가 되건 이 '?'를 만들지 않기 위한 ‘디테일’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과장 좀 섞어서 말하면 합불은 '?' 개수에서 갈릴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이나 논술 작문 전형에서 심사자가 주시하는 것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를 죽일 수 있는 지원자의 디테일 포착 및 커버 능력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논리적인 사고 전개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글솜씨는요? 논술과 작문에 있어 이것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견해도 적진 않지만, 사실 그러한 것들은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독자의 '이해'에 신경을 쓰다 보면 의외로 자연스레 달성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논리가 짜 맞춰지고 들어맞으면 사고 전개에 어색함이 없고,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엔 전달력이 우수한 문장을 뽑아내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기에 일상에서는 당연하게 전제하는 것을, 언론사 논술 시험이나 작문에서는 철저히 짚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논술과 작문에서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수학의 공리 수준으로 누구나 동의할 만큼 사회적 합의에 이른 자명한 사실 이외엔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의문과 몰이해는 그 어느 곳에서라도 급작스레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조선일보 입사 시험이라 해서, 통일을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보수 성향 신문이라 해서, 통일이 주제로 나왔을 때 ‘통일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지상 과제’라고 전제하고 달려 버리면 안 됩니다. ‘이러이러해서 통일은 필요하다’는 논리 전개는 필수고, 그것을 ‘객관적인 수치나 데이터’로 받칠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더불어 앞서 ‘저학력자도 이해할 수 있는’이라는 말을 누누이 했는데, 그것 또한 언론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거듭 강조를 한 것입니다. 언론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대중’입니다. 그리고 대중은 생각보다 '잘 모릅니다'. 머리가 좋고 나쁘다거나, 학력이 높고 낮고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경제원론 수준의 이야기는 분명 학문 전반적으로 따져 보자면 고난도라고까지 하긴 어렵지만, 비전공자 입장에서도 그렇게 느껴질까요? 온 국민이 인공지능(AI)을 논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솔직히 몇이나 될까요?


콘텐츠는 결국 대다수 독자 수준에 맞춰져야 하며, 이슈 상당수는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태반이 ‘잘 모르는’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군중의 수준은 어느 정도로 상정해야 좋을까요? 기본적으로는 '고졸 이하'로 잡습니다. 엘리트 의식에 젖어 대중을 무시해 '일개 고졸'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독자 대부분은 신문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전공하지 않았을 것'이라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시대 국민이라면 웬만해선 누구라도 이수했을 교육 수준, 즉 사실상 '국민공통교육'에 가까운 레벨인 '고졸'로 상한선을 잡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졸자를 상정하더라도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고졸자라 함은 그 모두가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제대로 소화한 사람일까요? 냉정히 따져 보면 그것마저도 아닙니다. 상당수는 평균 이하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이는 달리 말하자면 고등학교 수준으로 만든 콘텐츠마저도 그들에겐 제대로 전해질 수 없음을 방증합니다. 그렇기에 언론이 상정하는 수준은 결국 ‘중졸도 이해 가능한 콘텐츠’까지 내려갑니다. 여러분은 분명 살면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특정 주제를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해서, 심지어 가끔은 왜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풀어헤치고 빗대서 설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논술 작문 전형에서, 특히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거치는 논술 작문 단계에서라면, 대졸 이상이 만들고 이끄는 논제라 할지라도 중졸 이하가 이해할 수 있도록 쓸 역량이 있음을 보여야 합니다. 유치해지라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문장 구조나 논리를 과도하게 꼬지 말고, 단어를 지나치게 수준 높거나 배경 지식이 필요한 것으로 골라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최근 삼성에서 HH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보고서 써라’고 말한 것은 적잖은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언론은 콘텐츠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괜찮은 것인가요?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수 대중'에게 맞춰서 보급하는 정보와 '소수 전문가 집단', 즉 삼성 수뇌부에서 고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때에 기반이 될 정보는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즉, 삼성에서는 전문 기술 수준에 의사 결정권자가 지식 레벨을 맞춰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소수 전문가가 최대한 왜곡이나 변형 없이 정보 수신을 해야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론의 일은 정보를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상황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작문 테크닉 또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논술 작문이 힘겨운 분들을 위한 글쓰기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