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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Jul 05. 2021

평가자 불찰로 아까운 인재를 놓쳤다

이것은 태양이 높게 평가

태양 만세!/유튜브 채널 ‘G-STAR TV’ 캡처


무대에 선 그는 ‘솔라’ 그 자체였습니다. 프롬 소프트웨어가 제작한 게임 ‘다크 소울’에 NPC로 등장하는, 바로 그 친구 말입니다. 가슴팍을 덮은 큼직한 태양, 얼굴을 온전히 덮은 원통형 투구, 양팔을 벌려 태양을 찬미하는 자세까지. 게임에 비치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Praise the sun!/다크 소울 캡처


지난 2018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8 코스프레 어워즈 대회에서, 최고의 스타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이 남자였을 것입니다. 그는 외양뿐 아니라 자세나 몸짓 등의 부가적인 요소에서도 다크 소울의 솔라를 거의 완벽히 모사했습니다. 솔라의 테마곡으로 통하는 ‘Take On Me’ 춤을 추는 그는, 현세에 소환된 게임 캐릭터와 다를 바가 달리 없었습니다.

솔라가 ‘Take On Me’ 음악에 맞춰 기묘한 춤을 추는 영상이 퍼진 이래, ‘Take On Me’는 솔라의 테마곡으로 통하게 됐습니다./유튜브 채널 ‘ThePruld’ 캡처


자연히 관객들도 그의 퀄리티 높은 코스프레에 열광했고, 이 솔라 코스프레는 현장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재현 수준이 우수한 데다 많은 사람이 선호한 만큼, 1위까지는 몰라도 인기상 수상은 확실하리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 솔라 코스프레는 상을 단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코스프레 심사위원은 그에게 “소품을 게임 캐릭터와 연결되게 사용하라”는 지적을 했다고 합니다. 옷차림과 장비는 물론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게임 캐릭터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는데도 말이죠.


이에 반발한 게이머들과 네티즌들은 “심사위원이 게임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잘못된 평가를 했다”며 질타했지만, 심사 결과는 끝내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크 소울의 한국 유통사인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그 솔라 코스프레를 높이 평가하고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기념패와 상품을 보냈습니다. 주최측 역시 당시는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치른 코스프레 대회여서 진행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자문과 섭외에 보다 힘을 쏟아 같은 논란이 다시 터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존 루트 기준)마음이 꺾이는 고난에도 불구하고 끝내 뜻을 이룬 솔라처럼, 이 유저도 결국 열정을 쏟은 보상을 받을 수는 있었습니다./디시인사이드 프롬 소프트웨어 갤러리




누구든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는 심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면접관도 마찬가지죠. 물론 대부분은 경험이 풍부하고 식견이 넓은 분을 초빙하지만, 그럼에도 면접관 또한 사람인지라 미처 지식이나 견문이 미처 닿지 못한 영역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정기 공채가 수시 채용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선, 특히 인사 계통 부서만을 순환하며 커리어를 다진 면접관이라면, 부담이 한층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방면에 걸쳐 고른 역량을 지닌 지원자를 주로 눈여겨봤던 예전 채용 기조와는 달리, 각 계열사나 부서에 당장 필요하고 적합한 기술과 소양을 품은 후보자를 보다 선호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지난해 11월 면접관 256명을 대상으로 2021년의 채용 관련 트렌드로 예측되는 사항을 설문한 결과 ‘면접관의 역량과 자질’(75%, 복수응답 허용)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직무 중심 채용 강화(72%)가 뒤를 이었습니다. 수시 채용 확대로 각 직무에 걸맞는 전문성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면접관도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인재 평가를 위한 역량과 자질을 높일 것을 요구 받고 있다는 것이죠.


높아지는 코스프레 퀄리티에 발맞춰 대회 운영 수준도 매년 진화하는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지스타조직위원회


실무를 잘 모르는 면접관 때문에 인재를 아깝게 놓치는 ‘면접관 리스크’를 줄이는 방책으로, 아예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손수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도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요즘엔 드물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LG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며 이와 같은 방식을 택했다 합니다.


현대·기아차도 2019년부터 정기 공개채용 대신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상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SK그룹 역시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가 정기 공채 대신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합니다. 롯데그룹도 매해 상·하반기에 진행했던 두 차례 대규모 정기 공채를 없애고 계열사별로 필요한 시기와 인원을 판단해 수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직접 뽑는 것이 기업 운영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글은 THE PL:LAB INSIGHT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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