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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Aug 30. 2021

광안리 알파카

'도깨비' 트레일러에 숨은 포인트

지난 25일(현지 시각) 독일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1’에서 공개된 펄어비스의 신작 ‘도깨비'(DokeV) 플레이 트레일러 말입니다만. 상당한 호평을 받은 영상인 만큼 기억에 남는 씬이 여럿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캐릭터가 알파카에 탑승한 장면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선 트레일러만 놓고 보자면, 도깨비는 국내 실제 명소의 분위기와 느낌을 게임 속 세계에 상당히 잘 구현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게임 중에서도 이 정도로 현대 한국의 풍경을 적극 반영하며 사실적인 고증을 한 사례는 드문 편이죠. 하지만 흰여울마을이나 청사포 마을, 75광장은 물론 기와집, 연날리기, 솟대 등 지극히 한국적인 지형과 시설물, 활동이 펼쳐지는 와중 갑자기 알파카가 튀어나오니 아무래도 눈에 밟힐 수밖에 없는데요.


펄어비스가 공개한 '도깨비' 트레일러 중 등장하는 알파카./유튜브 채널 'DokeV'




실은 이 알파카 또한 한국, 보다 정확히는 트레일러의 주요 배경인 부산광역시의 명물 중 하나입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한 고깃집엔 ‘푸딩’(남편)과 ‘젤리’(아내)라 불리는 알파카 부부가 있는데요. 이들과 주인이 광안리해수욕장 부근을 산책하는 모습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며 알파카 또한 지역 명물 중 하나로 꼽히게 됐습니다. 즉, 얼핏 보기엔 도깨비 트레일러에 등장한 알파카는 문묘제례악 보컬로 저스틴 비버를 세우는 것만큼이나 어색했지만, 알고 보면 그 역시 게임 배경 컨셉에 충실한 오브젝트였다는 것이죠.


광안리해수욕장의 슈퍼스타 알파카 '푸딩'./언양불고기 부산집 인스타그램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저는 그 지점이 굉장히 신선한 각인 포인트였다 생각합니다. 막상 볼 때야 오오 좋구먼 하면서 경탄한 트레일러마저도 훗날 돌이켜 보면 인상이 뚜렷하게 남는 데가 드문 경우도 상당합니다만. 알파카처럼 나름 튀는 요소를 하나 얹어 두면 아무래도 사람들의 기억에 파고들기가 조금 더 쉬워지겠죠. 게다가 그런 배경을 겉도는 이질적인 포인트가 알고 보면 무리수를 둔 억지 배치도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아이템이었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더하고요. 그런 면에서 알파카는 도깨비라는 게임과 그 트레일러를 한층 더 각별히 기억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좋은 마케팅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합니다.




물론 이처럼 눈에 확 들어오면서도 현실성을 깨지 않는 포인트를 삽입하는 것은 아주 드문 방식까진 아닙니다. 예를 들면 2008년 한국 영화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정우성이 실존하는 고난도 장총 장전 스킬인 ‘스핀코킹’을 꽤 화려하게 시전해 화제가 됐듯, 게임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여타 대중매체에서도 이런 효과를 노리는 장면 배치는 심심찮게 볼 수 있긴 하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정우성이 선보이는 마상 스핀코킹./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中


하지만 이론으로는 누구나 아는 바라 해도 실전에서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도깨비 플레이 트레일러는 상당히 훌륭한 마케팅 예시가 될 듯합니다. 멋진 트레일러만큼이나, 훗날 실제 출시될 게임도 좋은 활력과 인사이트를 주는 명작이길 기대합니다.



*이 글은 2021년 8월 30일 개인 링크드인에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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