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조직은 없다

변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 뿐

by 문현웅

이번 주에도 친구 하나가 스타트업 이적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대기업을 떠났던 숱한 벗들과 사유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의 한탄 역시 "남은 일이 없어도 야근을 요구하고, 코로나가 암만 퍼져도 술자리를 만드는 구악들과 잘 지낼 자신이 더는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문화를 좀 바꿔 보자는 말은 적잖이 했지만, 변할 낌새는 조금도 없이 '직장 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란 답변만 거듭 돌아오니 결국 견디질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모임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 10월 진행한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대학생 중 30.5%가 스타트업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7.5포인트 오른 수치인데요.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31.1%)과 더불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24.6%)가 스타트업을 택한 주된 이유로 꼽혔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전부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보장할지에 대해선 이견 내지 반론이 존재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구태에 얽매일 필요 없이 원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신생 스타트업의 상당한 매력 중 하나죠.

tvN 드라마 '스타트업'./tvN


사실 조직 문화를 바꾸고 또 새로이 구축할 기회를 얻는 것은, 비단 스타트업만의 특권이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선 상명하복, 연공서열 등의 관행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조직이란 원래 그런 곳이며 사회생활 또한 본디 그러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만. 조직이나 사회생활도 따지고 보면 인간 합의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즉, 누군가가 주장하는 '원래'라 한들 사람의 동의로 만들어낸 것일 뿐 수학적 공리나 자연계의 법칙도 아니기에, 변화하는 구성원들의 뜻이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할 이유도 딱히 없다는 것이죠.


변하려면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기업마저도 변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는데요. 연공서열을 타파하며 우수한 인재는 나이와 상관없이 중용하는 패스트트랙(Fast-Track) 구현이 골자였습니다.


삼성 뿐이겠습니까. LG는 이미 올해 새로 승진한 임원 10명 중 6명가량을 40대 이하에서 선발했습니다. 순혈주의로 유명했던 롯데도 최근 경쟁사 출신을 유통부문 수장으로 앉히는 파격을 감행했고요. SK 역시 2일 발표한 인사에서 그룹 사상 최초로 생산직 출신을 임원으로 발탁했죠.


세상에 원래 그런 조직은 없으며, 조직이란 원래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저 편하고 익숙한 방식만을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이 글은 2021년 12월 3일 개인 링크드인에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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