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랑하는 인재상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30일 사이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존하는 경주마 이름을 이어받은 미소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말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국내 팬덤에선 흔히 말딸로 불리는 게임인데요.
이 게임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골드 십’(Gold Ship)입니다. 마이페이스 성향이 극도로 강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인지라 다루기가 꽤 힘든 캐릭터인데요. 모델인 실제 경주마 또한 통제가 어려운 데다 틈만 나면 기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합니다. 성격이 하도 나빴던 탓에 친하게 지내는 말조차 몇 없었을 정도였죠.
그럼에도 골드 십은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굉장한 인기를 누리며 사랑받는 캐릭터입니다. 성품은 다소 기괴할지언정 트랙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만큼은 확실한 친구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주마 골드 십은 28경기에 출전해 13승을 해내며 상금으로 약 14억엔(약 144억원)을 거둬들인 에이스였고, 캐릭터로서의 골드 십 또한 쟁쟁한 라이벌들을 제치며 눈에 띌 정도로 인게임 성능이 꽤 우수한 편입니다. 심지어 게임 세계관은 시간대를 초월해 역대로 실력이 뛰어났던 경주마만 골라 모아둔 ‘올스타전’ 내지 ‘영웅집결’ 상태인데도 말이죠.
사실 경마장뿐 아니라 사람 사는 동네에도 골드 십 타입인 캐릭터가 종종 눈에 띄곤 합니다. 성품이 고약하고 통제가 어려우며 인화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래저래 맡은 업무만큼은 우수하게 처리하는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인간상인데요. 말딸의 아이돌 골드 십이 그러하듯 이런 스타일의 인물도 직장에서만큼은 실적에 기대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인간계에서는 아무래도 무리인 듯합니다. 사람인이 지난해 2월 기업 36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이 경력직을 채용할 때 알고 싶은 내용(복수 응답 가능) 중 1위는 ‘인성 및 성격’(64%)이었습니다. 바로 뒤를 이은 답변도 ‘상사, 동료와의 대인 관계’(57.7%)로 성품 및 대인관계와 연관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실력’에 해당하는 ‘업무능력’(48.2%)는 4위에 그쳤습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 초반 출생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20~30대 구직자 611명에게 ‘첫 직장으로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 유형’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상사, 동료의 능력과 인성이 나쁜 기업’(32.2%)이었습니다. ‘연봉이 적은 기업’(2위 답변)을 선택한 이는 19.5%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풍조가 요즘 들어 새삼 불거진 것도 아닙니다. 사람 평가 기준에 인성이 능력을 앞서 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난 2017년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복수응답 가능)에서도 77.6%가 평판 조회를 통해 무엇보다도 ‘인성 및 성격’을 알고 싶다 응답했습니다. ‘업무능력’은 50%로 3위에 머물렀습니다. 사람인이 2013년에 직장인 101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에서도 ‘인성이 우수한 동료를 선호한다’(49.4%)는 답변이 ‘업무능력을 선호한다’(9%)는 응답보다 5배 넘게 많았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는 “시대를 막론하고 기업은 여러 사람이 협동하며 성과를 내는 조직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집단의 힘을 넘어서긴 어려운 만큼, 회사도 직원도 인격에 흠이 없고 원만해 더불어 일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원을 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