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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Dec 07. 2021

500만원 깎으려다 회사가 깎였다

이 클래식 유튜브 채널에 무슨 일이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가 PD 채용 과정에서 신규 직원 출근 20시간 전 연봉을 500만원 낮춰 통보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61만2000여명에 달했던 구독자 수가 불과 하루 만인 7일 기준으로 2만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백승준 또모 대표 같은 날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사퇴를 알리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모든 것이 저의 과오와 부족함 때문”이라며 "어제 발생한 상황으로 인해 실망과 상처를 입은 당사자분과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적었습니다.

/또모 유튜브 채널




또모는 ‘모바일 세대를 위한 클래식 음악’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운 유튜브 채널로, 예능 요소를 가미한 클래식 음악 소개 영상을 다수 제작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달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21 예술경영주간–예술로 투자' 행사에서 초기기업 사업기반구축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출근 전날 제안 연봉 500만원 낮춰 부르는 기업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목으로 또모를 규탄하는 글이 올라오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글을 게시한 A씨는 자신을 경력 6년 차 PD로 소개했으며, 얼마 전 구독자가 60만명에 달하는 클래식 음악 관련 유튜브 회사와 면접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또모 공식 SNS


그는 연봉 4000만원으로 조건을 구두 협의 후 6일부터 출근하기로 했지만, 출근 하루 전 회사 측으로부터 연봉이 3500만원으로 최종 책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적었습니다. A씨가 백 전 대표에게 연봉 변경 사유를 물었으나 "회사가 스카우트한 게 아니라 지원해서 들어오지 않았나. 대리·과장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사원부터 시작하지 않는가. 우리 회사에선 처음 근무하는 것이기에 초봉 기준으로 책정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전 대표는 같은 날 "구두 협의 당시 최종 연봉을 제안했던 것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4000만원을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상황이었다"며 “이전 경력과 지위, 기존 연봉, 출근 전 회사 주최 공연에 참석한 A씨의 태도와 팀원들 평가 등을 고려해 조정했다”고 해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구두계약을 유효한 계약으로 보며, 민원상담이나 정책브리핑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대국민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구두 협의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으며, 출근 직전 연봉 삭감은 문제 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백 전 대표는 또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거짓 정보가 기정사실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고 회사에 큰 피해를 끼치게 돼 회사가 개인의 과오를 공개적인 공간에서 밝히고 싶지 않았으나 글을 작성하게 됐다"며 A씨의 경력과 이전에 받던 급여 등을 상세히 공개했는데요.


A씨가 연봉으로 4000만원을 받기엔 부족한 인물임을 입증하려던 취지인 듯하나, 이 역시 법적인 면에서는 무시 못 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재판장 이성호)는 지난 2008년 응시자 지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해당 기업 서류전형에 탈락한 지원자가 회사 서버를 해킹하고선 다른 응시자 개인정보를 인터넷 취업 카페에 퍼트린 사건이었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회사는 신입사원의 채용을 목적으로 보관 중인 개인정보의 분실·도난·누출 등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보안 조치를 강구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입사 지원 목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가 불특정 다수에 의해 열람 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만큼 금전으로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습니다. 회사가 외부인의 정보 탈취를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만으로도 배상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지원자 스펙을 공개하고 퍼트린 행위에 대해선 한층 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 글은 THE PL:LAB INSIGHT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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