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전염된다, 바깥에서 온 신입으로부터
단단한 둑엔 자그만 구멍 하나 내는 것조차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일단 물이 새기 시작한 제방은 암만 신속히 손을 쓰더라도 그 명운을 장담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파열 부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는 균열은 방죽 전체의 내구성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최근 직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박오원 가톨릭대 교수와 연구진(제1저자 오상석, 교신서자 이지운 서강대 박사)은 지난 8월 '조직과 인사관리연구'에 게재한 '신입직원 이직의 전염효과가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입사 1년 미만인 신입의 잦은 이직은 기존 멤버에게도 악영향을 끼쳐 결국엔 조직 전체의 경영 성과를 훼손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근로자 8092명을 대상으로 설문 자료를 수집했으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와 1인당 경상이익 자료를 활용해 331개 기업의 이직 현황 및 조직 성과를 조사했습니다. 분석 결과 신입사원의 이직은 조직 성과를 곧장 낮추진 않지만, 장기적으론 기존 직원의 사기 저하와 퇴사까지 유도하며 기업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직원은 회사 바깥 정보를 잘 알고 있고 조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본다"며 "이들이 떠나는 걸 본 기존 직원들도 자연히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결국 기회가 되면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입직원이 이직해 남은 직원들이 업무를 떠맡거나, 새로 받은 신입들을 가르치는데 시간을 쓰며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조직에 피로와 염증을 느끼는 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와 같은 '이직 전염'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연구진은 ‘기업의 전략적인 HR 활용’을 제안했습니다. 이들은 설문에서 'HR 부서가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던가 'HR 부서가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다'는 선택지를 많이 고른 기업은 신입의 이직이 잦더라도 기존 근로자가 비교적 덜 빠져나가는 효과가 있었다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또한 임원진이 일관되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며 조직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조직 운영에 뚜렷한 방향이 있다는 인상을 주면 직원들이 신념을 공유하고 길을 잃지 않는다”며 "HR 부서가 시행하는 채용, 평가, 보상, 교육 훈련 같은 제도들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