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위스계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회장인 안토니오 호르타 오소리오 회장이 코로나 19 관련한 자가 격리 규정을 어겼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오소리오 회장은 지난달 28일 비행기 편으로 영국 런던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이동해, 스위스-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연설한 뒤 이달 1일 스위스를 다시 떠났습니다. 이는 해외 입국자라면 10일간 자가 격리를 시행해야 한다는 보건 방침을 위반하는 행위였습니다.
안토니오 호르타 오소리오 회장./CS 홈페이지
이 행동은 오소리오 회장의 취임 당시 발언과 엮이며 한층 더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CS 회장 자리에 올랐던 지난 4월,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규칙을 준수할 것을 전 직원에게 당부했었다 합니다. WSJ는 "직원들에게 위험 관리와 규칙 준수를 잘하라 촉구했던 오소리오 회장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법을 어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사람이건 기업이건 본인이 결의한 신조를 어김없이 모두 지키거나, 쌓아온 이미지에 어긋나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고 사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최소한 누누이 강조했거나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왔던 포인트만큼은 엄격히 고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평소 언급조차 없던 분야에서 사고를 치는 것보다, 늘 신경 쓰는 티를 내던 사항을 어기는 모습을 보였을 때, 임직원과 고객이 느끼는 배신감과 실망은 한층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창업주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성공 신화의 밑바탕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가맹점주의 열정과 노력을 착취해 몸집을 불려왔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몰락한 ‘총각네 야채가게’의 사례가 있고요. 학대하지 않은 닭이 낳은 친환경 달걀을 판다는 마케팅을 했으나 공장형 양계장을 운영하는 실상이 드러나 지난 5월 소비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한 미국 기업 ‘바이탈 팜’도 비슷한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죠.
/바이탈 팜 인스타그램
특히 이러한 행위가 도덕과 연관되면 대중의 반응이 보다 민감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랜드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7년 발표한 'Why do we hate hypocrites?(우리는 왜 우리는 위선자를 혐오하는가)’ 논문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들은 참가자 619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보다 위선자에게 거부감을 더 느낀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규율을 자주 위반하며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드는 사람보다, 평소 도덕적인 발언과 언행일치를 강조했던 사람이 부도덕한 행동을 했을 때 분노를 더 심하게 느꼈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사람들은 위선자가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과거 원칙을 내세워 도덕적인 사람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분노를 표했다"며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자 타인에게 도덕적인 비난을 일삼았던 사람은 거짓말쟁이보다 더한 악당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여론 조사 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이슈의 소비 영향력과 ESG 경영 관련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86.9%가 앞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는 기대감(59.4%, 복수응답)과 착한 기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56.5%)이 가장 주요한 이유였죠.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ESG 경영의 길을 걷는 것은 잠재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전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만. 앞서 언급한 예일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서 엿볼 수 있듯, ‘도덕에 기반한 PR’은 그 신조를 어겼을 때 한층 더 심한 큰 역풍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단 ESG 경영에 동참하면,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며 고객을 절대 기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발간한 ‘ESG 채권시장 현황 및 전망’에서 아래와 같은 경고를 남겼죠. “녹색 채권(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으로, ESG 중 ‘Environmental’에 속함) 발행 목적에 적합하지 않게 자금을 이용했을 때 법적 제재는 어려울 수 있으나, 결국엔 기업의 평판 리스크로 귀결되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 것이다. 이를 감수할지는 각 기업이 판단할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