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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Mar 10. 2022

'어쩔티비'가 뭐냐면

어쩔티비 저쩔티비 크크루삥뽕

*이것은 신규 코너 발굴 차원에서 최근 인터넷 이슈나 트렌드 용어를 몇 개 짚어 정리해, '지금 인터넷에서는' 타이틀을 THE PL:LAB INSIGHT에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어쩔티비  


요즘 10대 초중반 아이들이 이 말을 쓰는 모습을 간혹 보셨을 수 있을 텐데요. 이는 지난해 즈음부터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표현으로, ‘어쩌라고’ 정도로 해석하면 뜻이 대략 맞습니다. 좀 더 엄밀히는 ‘어쩌라고’+’메롱’ 느낌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듣기 싫다’와 ‘조롱’의 의미가 동시에 내포돼 있죠.


기원은 다소 불분명합니다. 가장 처음으로 이 말을 만들어 낸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표현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시기도 2021년 하반기 즈음으로 추정할 뿐 정확히 특정하기까진 어렵습니다.


‘티비’가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도 명백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유튜버들의 전형적인 닉네임 스타일 중 하나가 ‘ㅇㅇTV’라 그랬다는 설이 있고, 요즘 아이들은 TV를 늙다리들이나 보는 매체라 생각해 ‘꼰대는 상대하기 싫다’는 맥락에서 붙인 표현이라는 추정도 존재합니다.


/쿠팡플레이 ‘SNL KOREA’ 캡처


TV가 벌써 올드 매체로 꼽히냐 싶을 분들도 계실 텐데요. 현시대 10대들 입장에선 TV는 절대 트렌디한 매체가 아닙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9 국민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10대(42.3%)와 20대(46.5%)의 TV 시청 선호도는 40대(76.3%)나 50대(80.0%)의 반절 수준입니다. TV 시청을 여가활동 1순위로 고른 비율을 보면 격차가 한층 더 뚜렷해집니다. 40대와 50대 중에서 TV를 1순위로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45.9%, 80.0%였던 반면 10대와 20대는 10.2%, 14.5%에 불과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TV는 연배 지긋한 어르신들이나 즐기는 유물일 뿐이라는 것이죠.


다만 가장 유력한 설은, 아무 생각 없이 리듬을 타다 TV가 얻어걸려 우연히 합성됐다는 쪽입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사이에서 한때 유행했던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등등처럼요. 실제 사용 사례에선 티비 대신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인덕션 등 아무 전자 제품이나 마구 갖다 붙이는 바리에이션도 상당하거든요. 달리 말하자면 고려가요 ‘가시리’에 반복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처럼, 그저 운율을 부여하기 위해 얹힌 의미 없는 후렴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죠.


요즘 유행어는 이렇게나 근본이 없냐며 세태를 한탄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러한 현상을 현세대만의 특성이라 규정 짓긴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웃기는 짜장’이나 ‘열라 짬뽕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시대를 막론하고 이러한 스타일의 유행어는 늘 존재해 왔고, 이런 말들이야 근본이나 조어 원리를 엄정히 파악하며 이해하긴 힘들며 또한 그럴 필요조차 없으니, 딱히 한심하게 볼 것도 없이 그냥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만 알아 두면 충분할 따름이죠.


정떡  


아무래도 최근이 대선 기간이었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종종 이 표현을 접하실 수 있었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는 ‘정치 떡밥’의 줄임말입니다.


‘떡밥’은 낚시할 때 미끼로 쓰는 그것이 맞습니다./Dynamite Baits

 

애초에 정치를 둘러싼 논쟁을 권장하거나 허용하는 곳이라면 몰라도, 어지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정떡’을 방치했다간 키배, 즉 키보드 배틀이 터지며 유저들이 사분오열하며 난장판이 터지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차라리 어느 특정 정당 지지 세력이 여론을 압도해 해당 인터넷 커뮤니티 전체가 한쪽으로 완전히 쏠리며 테라포밍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고, 대개는 끝없는 싸움이나 날 선 분위기에 지친 유저 대다수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사이트 자체가 트래픽 저하로 망해 버리기 십상이죠.


그렇기에 인터넷 커뮤니티 대부분은 정떡 투척을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격리된 게시판을 마련해 그곳에서만 정치 관련 주제 언급을 허용하는 식으로 리스크를 피하고 있죠. 이러한 원칙이 존재하는 사이트라면 허용된 공간 이외 장소에서 정떡을 흘릴 경우 운영진이 개입해 계정 정지나 강제 탈퇴 등의 징계를 내리기 마련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Z  


현재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Z’가 거의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만큼이나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피아식별을 위해 기갑을 비롯한 자국 장비에 ‘Z’를 그려 넣은 것이 계기인데요.


본격적인 개전 이후로도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걸린 배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광고판 등에 이 Z 표식이 거듭 등장하며 이번 전쟁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혔죠.


/Kamil Galeev 트위터


‘Z’의 기원은 어쩔티비 이상으로 불분명합니다. 러시아 민족주의 활동가인 안톤 드미도프는 한 인터뷰에서 "이 기호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기원이 아닌 의미다"며 “Z표식엔 우리(러시아 국민)가 대통령과 군대의 어려운 임무 수행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Z는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내 세력의 심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다만 유력한 추정이 하나 있긴 한데요. 러시아어로 '~을 위하여’를 뜻하는 '자(Za)'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입니다. 실제로 러시아 국방부 인스타그램은 '평화를 위해', '우리를 위해', '승리를 위해' 등의 구호에 ‘Za’ 대신 ‘Z’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국방부 및 기타 정부 기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두고 국가적 결집을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징으로 Z표식을 채택했다”고 짚었습니다.


독재자의 침략 야욕을 표상하는 상징물이라 그런지, 현재 러시아 내에선 Z가 나치 독일 시절 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영화 평론가로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를 표명한 안톤 돌린은 최근 모국을 떠나기 전 자택 문 앞에 누군가 Z 글자를 그려둔 것을 발견했다 말했고, 러시아의 반체제 성향 여성 펑크록 그룹인 '푸시 라이엇' 멤버도 최근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에 그려진 Z 글자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 글은 THE PL:LAB INSIGHT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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