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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Mar 24. 2022

대곰탕이다 돔황챠

'가즈아'와 '존버'에 뒤이은

돔황챠  


‘도망쳐’를 달리 발음한 것으로, ‘가즈아’ 혹은 ‘존버’의 반대말입니다.


지금이야 분야를 막론하고 폭넓게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유래 자체는 ‘가즈아’나 ‘존버’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주식 열풍에서 비롯했습니다. 그러다 2020~2021년 즈음 악재가 거듭 겹치며 암호화폐 가치가 녹아내릴 때 이 유행어가 대중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굳이 투자 쪽에만 한정될 말은 아닌지라, 요즘에는 누가 봐도 아니다 싶은 회사에 있는 직장인에게 이직이나 퇴사를 촉구하며 ‘돔황챠’를 말하는 상황도 흔하고요.


/게티이미지뱅크

 

근원지인 암호화폐 쪽에서는 ‘대곰탕(or 대구탕)이다 돔황챠’라는 표현도 볼 수 있는데요. 대곰탕(or 대구탕)은 사실 ‘대공황’입니다. 이 역시 ‘돔황챠’와 마찬가지로 발음을 살짝 틀어서 쓰고 있을 뿐이지요.


멀쩡한 말을 굳이 이따위로 왜곡할 필요가 무어냐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반세기도 더 전인 60년대에 ‘사과하다’를 ‘애플 두’로, ‘반했다’를 ‘2분의 1’로, ‘가짜’를 ‘짜가’로 꼬아 말했던 것에 미루어 보면 이러한 행태가 딱히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긴 합니다. 젊은이는 어느 시대에나 있고, 그 연령대 특유의 문화엔 의외로 비슷한 구석이 존재할 따름이죠.


플렉스(Flex)  


본 뜻은 물론 ‘구부림’ 내지 ‘유연함’ 정도지만, 유행어로서의 의미는 ‘과시하다’입니다. 명품, 재산, 시간적 여유 등 대상은 다양하게 지정 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의미 확장은 플렉스의 본뜻 중 ‘구부림’ 쪽에서 유래했습니다. 근육질인 사람이 팔을 구부려 이두근을 두드러지게 하는 행위를 ‘flexing’으로 칭했고, 미국 힙합계에서 그중 ‘과시’의 뉘앙스만을 분리해 노래 가사로 차용한 것입니다. 미국 래퍼 아이스 큐브의 1992년 작품인 'down for whatever'의 가사로 들어간 ‘flex’가 그러한 변형의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기준으로는 꽤 역사가 깊은 유행어지만, 한국에선 널리 쓰이게 된 시점이 비교적 최근인 편입니다. 국산 힙합곡에선 2010년대 후반 즈음에야 비로소 작사에 ‘플렉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부나 사치를 ‘과시하다’는 맥락에선 앞서 유행했던 ‘YOLO(You Only Live Once)’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자세로 뒷일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지르는 뉘앙스가 짙은 Yolo에 비해선, 그래도 플렉스가 조금은 더 마일드한 편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조금 무리한 소비를 해서라도 나의 가치를 높인다’ 정도로 통용되고 있으니까요. 다만 연예인들의 거액 소비나 재산 과시까지 ‘플렉스’라 포장하며 대중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태만큼은 아무래도 비판적인 여론이 많은 편이긴 합니다.


사이버 렉카  


어디서든 사고가 나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렉카’는 잘 아실 것입니다. 사이버 렉카는 이러한 상황을 인터넷 사회 묘사에 끌어다 쓴 것으로, 화제가 되는 사건사고가 있으면 무작정 끌어다 자기 콘텐츠로 만드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를 가리키는 멸칭입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퍼 날라야(견인해야) 이익이 크게 남는다거나, 끌어가는 입장에선 사고 경위나 사실 확인이나 피해자의 심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 등에서 현실의 ‘렉카’와 ‘사이버 렉카’는 비슷한 면이 상당하기에, 이 유행어가 인터넷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예전에도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 터지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어 물어뜯는 ‘황색 언론’은 존재했습니다만. 그래도 그 시절엔 명색이나마 ‘언론사’인 업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었기에 아무래도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이 강한 편이었죠.


하지만 인터넷 시대엔 그 누구라도 정보 쟁탈전에 참전이 가능한 만큼, 유자격자나 무자격자나 돈벌이 하나만 보고 마구잡이로 덤비는, 불법 행위마저 공공연한 ‘사설 견인차’ 업계 쪽에 훨씬 가까워진 분위기입니다. ‘사이버 렉카’라는 표현엔 경멸하는 티가 가득 묻어나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도를 지나치게 넘은 비하라고까진 말하기도 어려운 셈입니다.



*이것은 신규 코너 발굴 차원에서 최근 인터넷 이슈나 트렌드 용어를 몇 개 짚어 정리해, '지금 인터넷에서는' 타이틀을 THE PL:LAB INSIGHT에  업로드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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