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였고,나는 너였어

나로 다시 태어나는 노래

by 월하연

빛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눈부시거나 아프지 않은, 그저 잔잔한 온기로 머무는 빛. 우리는 그 안에 오래도록 가만히 서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이제 서로의 마음이 들렸다. 이름 없는 소녀는 우리 모두의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채, 천천히 안정을 찾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해?”


누군가가 물었다. 어쩌면 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우리 모두의 질문이 되었다.


길은 없었다. 문도, 출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알았다.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순간, 어디선가 아주 희미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우리의 등을 미는 듯했고, 눈에 보이지 않던 문 하나를 드러냈다. 나무문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마치 오래된 낡은 피아노의 뚜껑처럼 부드럽고도 무거운 문.


노래 소녀가 문 앞에 섰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고, 문은 삐걱이며 열렸다. 문 너머에는 새벽빛이 가득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꽃들이 피어 있었고, 바람이 살랑거렸다. 새들의 노랫소리, 잔잔한 물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웃음소리까지 들렸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감각이었다.


“저기는…”


아코디언 아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끝맺지 못했다. 너무도 낯익고 그리운 풍경이었다. 따뜻하고, 무해하고, 상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계.


우리는 문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 아무도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선택은, 단순히 다음 문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조용히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이름 없는 소녀—아니, 이제는 이름을 가진—그녀가 다가왔다.


“이제 너희는 누구든 될 수 있어. 다시 태어날 수도 있고, 이곳에 남을 수도 있어. 그건 너희가 정할 수 있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다.


“살고 싶어?”


아주 오랜 침묵 끝에, 대답이 돌아왔다.


“응. 이번에는, 정말로 나로 살아보고 싶어.”


그 말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저 멀리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가슴 속에서 울리는 것 같기도 한, 잊히지 않을 노래.


『모든 이름은 나였고,

모든 고통은 나였어,

돌고 돌아 여기까지,

나는 나를 만나러 왔어』


노래가 퍼지자, 우리의 실루엣이 조금씩 빛나기 시작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문을 넘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모든 여정은 나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마침내, 나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그리하여, 끝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다시 삶으로 이어진다.

어떤 이름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노래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나였고,나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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