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간다는 말
봄이 왔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부드러워졌고,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의 잎이 파릇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깨를 펴고 걷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웃음소리를 더욱 크게 터뜨렸다.
나도 그 안에 있었다. 누군가의 특별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나는 자주 글을 썼다. 여전히 과거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고, 때때로 꿈에서 만나는 낯선 얼굴들은 이름을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내 안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감정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더 조용하게 웃게 했다.
하루는 작은 동네 도서관에서 ‘삶을 기억하는 글쓰기’ 수업을 열게 되었다. 나는 강사가 아니었다. 단지, 나처럼 무언가를 꺼내고 싶은 이들과 함께 앉아 손끝으로 마음을 풀어내는 자리에 있었다.
그날,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윤서 씨는… 왜 그렇게 조용히 웃고 있어요?”
나는 그 질문에 조금 놀랐지만,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아마… 모든 나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말에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설명도, 부연도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통하는 순간은 대단한 사건 속에서가 아니라, 그렇게 조용한 나눔 속에서 오는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에 짧은 시 한 줄을 적었다.
‘나를 껴안는 하루가 모여, 내가 된다.’
그리고 화면을 껐을 때, 내 머릿속에는 오래전 그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어… 이제 나는, 나야.』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 노래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고, 내가 나로 존재하고 있다는 가장 조용한 선언이었다.
이제 나는 누구의 이름으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윤서라는 이름으로 살기로 선택한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모든 상처는 나였고,
모든 빛도 나였고,
모든 이름은 결국 나였다는 걸,
나는 이제야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