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를 사랑하는 법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출산 후 급격하게 몸이 나빠져 3개월이 지난 지금 내 상태는 1부터 10으로 표현하자면 1도 겨우 될까 말까 한 수준에 이르렀다. 온갖 염증과 아토피는 내 면역력이 제로에 가까움을 소리치고 있었고 감기와 빈혈 그리고 이명 증상들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몸이 나빠진 것도 문제지만 아이에게만 집중하며 살았더니 내 자존감은 사막의 수분만큼이나 거의 남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몸이 안 좋아 혼합수유를 결정했지만 아이는 오로지 엄마의 체액만을 원하고 있었다. 태어난 지 이제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젖병과 엄마의 젖을 구분하는 아주 똑똑한 아이로 성장했던 것이다. 입에 젖병의 고무가 닿기만 해도 아니 젖병을 눈앞에서 흔들기만 해도 오만상을 찌푸리며 앙앙 우는 아이.
우는 아이에게 할 수 없이 또 내 가슴을 내어주는 방법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울리고서는 우는 아이를 안고 “엄마가 미안해,”라며 다독거리고 아픈 몸으로 젖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나였다.
나는 엄마.

그렇게 애를 태우고 젖을 물리면 아이는 세상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은 표정으로 내 젖을 아주 더 열심히 세차게 빨아 댔다.
그러면서 나에게 “난 엄마밖에 없어.”라는 눈빛을 보낸다.
약간은 원망하는 마음으로, 체념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렸던 건데 그런 아이를 보니 속없이 또 웃음이 난다.
“아이고 잘 먹네~, 아이고 이쁘다.”
나보다는 나를 더 간절히 원하는 아이의 눈빛이 나의 저질체력과 낮은 자존감을 순간 잊게 만들었다.
"그래~먹자 아가야~ 엄마 젖 먹고 많이 크자."

언젠가는 엄마의 젖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날도 올 테고 엄마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날도 오겠지.
내가 아이에게 젖을 줄 수 있는 시간은 아이 인생에 100분의 1도 안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나를 조금이라도 원하는 동안 마음껏 주고 마음껏 안아주고 아끼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

이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난 오늘 인터넷 창을 열어 엄마젖과 닮은 모유실감 꼭지를 사는 대신 내가 먹을 영양제를 한통 주문했다.


어쩌면 아이를 통해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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