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출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처음으로 아이를 엄마에게 맡겨두고 잠시 외출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홀가분함.
사실 대단한 외출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혼자 바깥공기를 쐰다는 것 자체가 신이 났다.
사실 전날부터 소풍을 하루 앞둔 초등학생처럼 매우 들떠있었다.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보러 올 시간을 일러주고는 아침부터 화장을 곱게 하고 어떤 옷을 입을지 옷장 앞에서 서성거리며 이 옷을 꺼냈다 저 옷을 꺼냈다 이리 대보고 저리 대보면서 괜히 누워있는 아이에게 엄마 예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엄마가 오시자 마치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처럼 집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화방을 가서 여태 사려고 벼르고 있었던 목탄 깍지 세트와 낙관을 팔 돌과 그림을 정리할 파일 등을 사고 친구의 전시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의 진한 황사와 매운 추위는 내게 별 어려움이 되지 않았다.
길을 걸으면서 매일 걸었던 이 길이 이렇게 신기하고 새로울 수 없었다. 급기야 남편에게 내가 언제 애를 낳았는지 모르겠다는 문자를 한통 보내고 콧바람을 불며 걸었다.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친구의 작품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에 대한 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노라니 사실 집에 있는 아이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는 수다 삼매경에 한 세 시간쯤 흘렀을까.
가슴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며 젖이 돌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가 집에서 나를 찾는 무전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차 싶었다. ‘맞아 나 엄마지..‘
그제야 모유만 먹어 젖병을 거부하는 아이의 허기가 걱정되었고 그런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엄마가 걱정되었다.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네 시간 째 굶고 있는 우리 아가.
“얘들아, 나 집에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아.”
마치 신데렐라가 12시 종소리를 듣고 황급히 파티장을 빠져나오는 것처럼 황급히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마음이 너무 조급해졌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동안 오랜만에 힐을 신은 탓에 발도 아프고 피곤했지만 그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의 허기와 흘러나오는 젖만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아가야, 엄마 빨리 갈게. 배고파도 조금만 기다려.’

황급히 들어온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다시 집에서 입던 옷을 입고 엄마 복장을 하고선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아이는 세상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나의 사랑을 빨아댔다. 기다린 만큼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아주 열심히 젖을 빨았고 다 먹고 난 후에 짓는 특유의 행복한 얼굴로 씩-웃었다.
‘엄마 와주어서 고마워요,’
그런 미소를 보자 또 한 번 옹졸한 행동에 아이한테 미안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어쩌면 정말 아이의 사랑이 나의 사랑보다 더 클지 모른다.
매일 나의 가슴에 붙어 내 사랑을 먹고 크는 아이...
부족한 엄마의 사랑을 채우기 위해 모유가 나오는 건 아닐까.

신이 왜 엄마의 젖을 심장 가까이에 만들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무제-4.jpg


매거진의 이전글아이가 엄마를 사랑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