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아들은 태어나 백일을 살았고 나도 엄마가 된지 백일이 되었다.

아이는 백일이 되자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귀가 들리고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힘이 목에 생겨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작고 투명한 손으로 세상을 만질 수 있게 되었고 이젠 속싸개를 하지 않아도 얼굴을 많이 할퀴지 않는다.
태어나 언제 웃어야 할지 모르던 아이는 재밌는 나의 표정에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게 되었고
예전엔 배고픔, 졸림, 찝찝함, 아픔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이젠 울음의 강도가 생겨 다양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마치 아이와 나만이 가진 비밀 무전 같아서 나만 알 수 있다.
미각도 발달해 무엇이 엄마의 젖이고 무엇이 분유인지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로 인해 젖병을 완강히 거부하는 아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키가 10센티 이상 자랐고 몸무게는 2배 이상이 늘었으며 엎어 놓으면 일분은 거뜬히 놀고 남는 허리의 힘이 생겼다.

나 또한 백일이 지나면서
아이를 낳고 들었던 가슴 답답한 책임감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의 설렘으로 변했다.
아이의 울음에 당황하던 난 어디 가고 이제는 여유롭고 능숙하게 달랠 수 있게 되었고
너무 고통스러워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산고는 다시 기억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괜찮아졌다.
아이에게 줄 젖이 모자라던 내 젖은 아이의 체중을 평균 이상으로 키워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아이에 대한 사랑이 더 진해진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하루아침에 강한 사랑이 생기진 않았다. 처음엔 너무도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만 했다. 아직도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지만 하루하루 천천히 아이의 마음에 꽃을 심는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했고 드디어 오늘은 백번째 사랑을 심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간 심은 백송이의 사랑을 축하하는 날이다.

나의 사랑으로 별 탈 없이 백일을 잘 견뎌준 아이에게 너무 고마운 기념일.
앞으로 아이의 마음에 몇 송이의 사랑을 심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매일매일 한 송이씩 그렇게 평생 심어주고 싶다.
수천 송이, 수만 송이 심어 줄 수 있는 큰 사랑의 밭을 가진 부지런한 농부 같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오늘도 예쁜 사랑 한 송이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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