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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Nov 01. 2021

그런 사람

싫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지만 내게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알 수 없도록 얼굴을 닫았다.

반대표를 던지던 사람을 향해 남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지지의 눈빛을 보냈고, 쪽지에 가래침을 뱉어 건넸다.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직면하고 싶지 않은 처절한 진실 앞에서 눈감지 않았고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배에 힘을 주었다.  

부풀리기보다 붓기 빠진 가뿐함을 선호했고 형용사와 부사보다는 명사와 동사를 선호했던 건, 표현하는 모든 몸짓이 진실의 힘을 가졌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꾸밈없는 진실이 꾸미지 않아도 거창했으면 했다.

그럴싸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 그런 사람이어서 가끔은 그럴싸한 거짓말이나 허세가 섞인 말을 해도 진짜라고 믿어 주었으면 했다.

화려함이나 거창함보다는 진실한 편안함이 흘러넘쳤으면 했다. 애석하게도 편안하면서도 참된 진실은 찾기가 어려웠다. 쫓아간 편안함은 게으름과 나른함 중간에서 솔직함과 적나라함 사이에서 초라한 진실을 마주할 뿐이었다.

대체로 구질구질하고 더럽고 하찮았고 초췌하고 초라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가진 편안함이 진짜 편안함이라고 모두가 믿어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배에 힘을 주고 오늘도 초췌한 민낯으로 구질구질한 진실을 마주하며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

그래 보이는 사람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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