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이 끝나면 한 번 숨을 쉬고, 한 문단이 끝나면 두 번 숨을 쉬어.
아직 쓰다만 문장일지라도 숨이 가빠 오면 한 번 쉬도록 해.
구겨서 던져버리기 전에 지워 본 문장에 까만 떼가 밀려나와
무심하게 불어내고 털어낸 희미한 문장이 미워도
결국 하찮은 지우개 때가 되어 날아갈 사소한 마음이라도
하얀 지우개로 문지르며 염원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마.
썼다 지웠다 하며 수만 번을 되뇌었던 지난 말들을 끝내고 숨을 쉴 때에는
지웠던 모든 말들이 사라졌다고 생각지 말고 우리의 들숨에 모두 삼켜 버렸다 생각해.
그리고 수많은 문장 뒤에 검게 살아남은 문장을 내뱉었다 생각해.
우린 숨을 쉰 거야.
분명 모든 글들에는 새 종이에 뱉어진 깨끗한 문장은 없었을 거야.
모두들 더 이상 지워지지 않는 연필 자국을 뒤로 하고 애써 꾹꾹 눌러 마지막 문장을 완성할 거야.
너무 눌러써서 뒷장까지도 배겨진 문장이 끝나면 눈을 감고 우글거리는 문장을 더듬어
나만 알고 있는 지난 숨들의 흔적을 만져.
그리고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생각해.
우리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