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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Feb 14. 2022

시간의 무게

무심코 흘려버린 시간들이 먼지처럼 한데 뭉쳐 방바닥을 나뒹굴었고

먼지가 된 시간은 지나면 지날수록 폴폴 날려 춤을 추었다.

지나간 과거는 오래될수록 무게를 잃었고 아직 밟지 않은 시간들엔 진한 발자국이 남았다.


과거의 먼지 같은 사랑은 색을 잃었다.

에누리 없이 공평한 시간 속에서 지나온 시간들은 그저 시한을 넘긴 무의미한 종이 조각이 되었고

그 종이조각은 아무렇게 구겨진 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나서야 시간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는 k는 그리움으로 투병하면서 무거운 시간을 지고 구겨진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그 순간들이 과거가 될수록 무거운 시간들은 무게를 잃었고 불면 날아가는 먼지가 되었다.

어쩌면 그 역시도 먼지가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순간 가뿐해진 과거를 미치도록 증오했고 아프게 견뎌온 발자국들을 미워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사라져 가는 발자국을 미워하며 끝도 없이 걷고 있는 진심을 주저앉혔다.

그리고는 입술을 내밀어 미운 먼지를 불어내었다.


입김에 딸려 나온 진심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은 짧은 인생의 최선이라고 생각해보려 했으나 그것은 어쩌면 먼지가 된 무거운 과거의 회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되뇌는 것조차 멋진 핑계라고 말했다.

 

누더기를 벗고 일어나 다시 무거운 시간을 지고 걸어간다.

한 줄로 서서 가는 시간 속에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깊이는 저마다 다르기에

발자국을 남기지도 못한 채 떠나가는 시간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진하게 남긴 발자국 위에도 먼지는 쌓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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