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반짝반짝 발랄 발랄한 캐릭터.
봄날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만큼이나 화려하고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컬러풀한 무대와 의상.
너무나도 당연한 스토리 전개.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권선징악의 주인공의 이야기들.
어릴 때 너무 많이 봐서 유치하다 느껴지는 비주얼과 소리.
폭력이나 불륜, 절절한 사랑, 금기에 선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아이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순식간에 무대에 몰입했다.
주인공이 악당에게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면 눈썹을 팔자를 만들어서 심각해졌고
무대에서 비눗방울이 흩날리면 마치 환상에 나라에 온 듯 손을 뻗어 그 세계에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객석에 앉아 뮤지컬과 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아이의 웃음에 웃고 아이의 심각함에 너무 귀여워 심장이 쪼그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연애할 때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거나 공연을 볼 때는 늘 나의 기분과 나의 흥미가 중요했기에 끝나고 나오면서 늘 이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나의 주된 관심사였는데
아이를 데리고 한 작품을 보면서 나는 이 공연의 퀄리티나 내용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간 동안 아이가 느꼈을 희로애락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중요했고 그에 따라 지어지는 아이의 표정이, 환호가 중요했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의 눈동자는 뮤지컬 이상의 감동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날 공연장에는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아마도 이날 공연을 기대하고 온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어둠 속에서 빛날 아이의 눈동자를 기대하며 그 자리에 왔을 것이다.
허리를 숙여 아이의 높낮이에서 무대가 잘 보이는지 살피고, 아이의 공연 중의 컨디션을 챙기고, 아이의 감상에 대해 궁금해했을 것이다.
부모가 되면 이렇게 자신을 위해 쓰는 에너지 보다 자식을 위해 쓰는 에너지가 크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떨 때는 대단한 희생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느끼는 부모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이 얼마나 사랑을 풍성하게 만드는지…
만약 지금 내가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 남자친구와 영화나 공연을 본다면 그때와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유심히 볼 것만 같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사랑인지 깨닫게 된다.
“성현아, 하영아 당분간 우리 뮤지컬 못 볼지도 몰라. 아랑이가 태어나서 좀 클 때까지 말이야…”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내뱉고 나서 아쉬운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을 보러 가면 여섯 개의 눈동자를 살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공연이 더욱더 기대되었다.
(뮤지컬 캐치 티니핑 감상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