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장래희망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작아지는 몸을 견디지 못해 자글자글해진 주름이 삶의 슬픔과 우울은 숨겨두고 웃을 때 생기는 주름만 자리 잡아 원치 않아도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잘 보이지 않아도 수십 년 동안 단련되어 온 눈동자가 더 이상 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르고 주름진 손에도 온기가 남아있으면 좋겠고 떨리는 목소리로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는 걸을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다면 익숙한 천장을 보고 매일을 살아도 늘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웃긴 얘기를 너무 많이 알아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웃었으면 좋겠다.
운이 억세게 좋아서 가는 날까지 기억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기억은 모두 사랑이어서 내 인생, 원 없이 사랑하다 간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혹시 모든 걸 다 잊어버린다 해도 적어도 남편의 온기와 자식들의 귀여움과 부모님의 눈빛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보지 못한 아쉬움보다 한 것들에 대해 아련함을 가지고 매일 똑같은 추억 보따리를 늘어놓더라도 마지막 소회는 매일 달랐으면 좋겠다.
아니 이 모든 것이 너무 욕심이라면 그저 인생에서 할머니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며 어두운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잤으면 좋겠다.
그러다 마지막 잠을 자는 날은 어젯밤처럼 편안했으면 좋겠다.
오늘 큰아이 학교 공개수업을 다녀왔어요.
아이들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마흔 된 저의 장래희망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가 되길 바라며 몇 자 적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