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엔진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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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알고 병원에 가서 처음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던 날.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작지만 열심히 뛰고 있는 심장은 마치 인생의 건전지를 끼운 작은 엔진 같았다.

매번 가는 정기 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심장소리를 매번 들려주었고

아이의 심장소리가 규칙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매번 이야길 해주셨다.

그날부터 나는 그 작고 연약한 엔진이 꺼져버릴까, 고장이 날까 열 달 동안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출산하던 날.

하룻밤을 뜬눈으로 새고 병원을 갔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규칙적으로 달려드는 통증과 통증사이에서 안도하기 보다 다음의 고통을 각오하며 그렇게 진통을 겪어냈다.

시간이 길어지자 더는 버틸 수가 없었고 끝내 무통주사를 맞고 말았다.

"한 번 주무세요. 주무시고 나면 진행이 되어있을것 같아요."

간호사는 익숙한 솜씨로 무통주사를 연결하고는 진통 사이사이 하품을 하는 내게 잠을 권유했다. 하지만 진통이 올때마다 통증 대신 쪼여드는 낯선 배의 감각은 더욱더 날 긴장하게 만들었다.

간호사는 편안한 목소리로 나를 토닥여 주었지만 나의 긴장은 도통 풀릴줄 몰랐고 결국 태동기에서 들리는 아이의 엔진 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무통 주사로 인해 고통은 줄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태동기에서 들리는 작은 엔진 소리가 더더욱 위태하게 들렸고 그렇게 나는 서른 시간이 넘는 동안 아이를 지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통증 때문에 힘이 들어가는 나의 몸뚱어리가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진 않을까 싶어

나는 아프지 않다며 수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긴장되지 않은 내 몸을 통해 아이가 안전하게 그리고 고통스럽지 않게 벗어나 주기를 바랐다.

긴장된 마음으로 이완된 몸을 만드는 일.

그게 출산의 큰 과제였다.

자궁문은 다 열렸지만 아이는 쉽게 내려오지 않았고 분만대 위에 짐볼을 올려놓고 아이를 혼자 쓸어 내리면서 건강하게 만나자고 되뇌었다.

결국 간호사가 손을 넣어 양수를 터뜨리고 나서야 아이는 나올 마음을 먹었다.

갑자기 밑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힘주기가 시작되었다.

침대가 변신했고 갑자기 의사선생님과 많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들어왔고 나는 그들 앞에서 다리를 벌린채로 힘을 주었다. 조금...아니 많이 수치스러웠고 부끄러웠고 다 나가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런것들을 따질 여력이 없었다. 나야 어찌 되었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밑에서 일어난 일은 나도 모른다.

회음부를 언제 절개했는지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는지는 의사선생님만 알 것이다.


오랜 진통이 있었지만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아이의 시원한 울음소리는 이제 막 세상에 홀로 숨쉬기를 시작하는 아주 가냘픈 발악 같았다.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안도했고 한편으론 연민이 느껴졌다.

온갖 감정이 섞인 진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열 달을 지켜온 작은 엔진은 나를 벗어나 혼자 잘 돌아가고 있다.


나에게도 그런 엔진이 있고

우리 엄마에게도 그런 엔진이 있고

우리 할머니에게도 그런 엔진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연료로 소중하게 만들어지고 소중하게 지켜온 엔진.

지금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고

나는 출산했을때의 그 간절한 아이의 건강을 지금도 바라고 있다.

그때의 그 간절한 마음이 이렇게 오래갈줄은 아무도 몰랐다.

아마 우리 엄마는 아직도 이런 내맘과 같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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