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지 않은 탯줄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잘리지 않은탯줄.jpg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리가 연결되어 있던 질긴 탯줄은 분명 아이 아빠가 잘 드는 수술용 가위로 잘라버렸지.
하지만 그때 우린 잘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또 다른 줄이 있었음을 알지 못 했다.
덕분에 아이와 나는 한시도 떨어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가만히 누워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작은 아이기에 나 또한 아이에게 구속된 사람처럼 하루 종일 자유롭지 못 했다.
아이의 생체리듬에 맞추어 배고프면 가슴을 내어주고, 배변을 하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을 자면 그 시간 동안 잽싸게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잠시 짬이 나면 겨우 내 몸의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위한 시간을 쓰고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이렇게 글도 잠시 쓴다.

때로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무념하고
때로는 일초의 시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지루하고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엄청난 노동에 우울하고
때로는 화려한 싱글들의 하이힐에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달 동안 몸무게가 두 배 가까이 늘어버린 아이의 무게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나에게 보내는 아이의 미소에서 거무튀튀한 감정들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훗날 이러한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의 시간들로 기억될까.
부모의 희생이라고 생각될까
엄마만이 가진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될까
아이의 무게만큼 그저 무거워지는 삶이라 생각될까
이 아이가 자라서 또 다른 아이의 탯줄을 만들고 나와 같은 부모로 자랄 생각을 하면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사실 난 지금 꽤나 힘들고 버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의 의미를 찾고 또 찾으면서
오늘 하루도 나를 향해 미소짓는 작은아이를 가슴으로 꽉 안아 본다.
아이가 부모가 되거든 나보다 더 근사한 의미를 찾고
이 힘든 시간을 근사하게 보내길 바라면서...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이 탯줄이 떨어질 때까지
힘들지만 근사한 의미를 찾아내며 최선을 다해야지.
그때까지 아가야 나를 보며 웃어주렴.

매거진의 이전글아버지에게 바치는 꽃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