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그렇게 엄마가 된다.

by 묘연


오늘은 내가 엄마가 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임신했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이렇게 금방 1년 만에 내가 자연스러운 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이젠 우리 엄마를 부르는 일보다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졌고

아들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기보다 당연하게 여겨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성현이 엄마였던 것처럼.

시간은 잠가지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흐르고 흘러 어느새 1년의 바다를 만들었고

뱃속에서 꿈틀대며 나온 3킬로가 조금 넘었던 작은 아이는 그때 비해 몸무게가 3배가 넘게 늘었고 키도 원래보다 4분의 1이 더 자랐다.

몰랐다. 아이가 이렇게 빨리 자랄 줄은...

그리고 내 마음속에 이렇게 크고 강하게 자리 잡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고

아이가 없었던 삶은 행복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 힘듦은 아이의 미소와 함께 녹아 없어져 버렸고

1년 전 아이를 낳으면서 처음 겪었던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치욕은 트라우마로 남지 않고 커다란 행복 앞에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버렸다.

아이는 내 외로움을 가져갔고 고독함을 던져버렸다.

나는 그런 아이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정교한 태엽처럼 서로 맞물려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더 이상 고독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금세 1년이 지나버렸다.


아이는 태어나 온전히 인생의 전부를 나와 함께 했다.

그렇기에 아마 나와 여기서 항상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가끔 아이의 까만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이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왜 여기 와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종종 아이의 존재가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엔 나의 품에 안겨있고 싶어 하는 아이의 사랑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그것들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그렇게 많이 속상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에

오히려 짧은 시간 갑작스레 커버린 아이를 눈에 마음에 가슴에 더 많이 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스무 살에겐 1년이 인생의 20분의 1이고 서른 살에겐 1년이 인생의 30분의 1인 것처럼 나이가 들 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점점 짧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짧아져만 가는 1년을 앞으로 열아홉 번 정도만 더 하면 아이는 스무 살이 된다.

그때가 되면 이 아이는 키가 나보다 훨씬 커지고 힘도 세지고 똑똑해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지금의 내 엄마의 나이가 되어 얼굴에 주름도 생기고 목소리도 낮아지고 약해지고 작아져서 예전에 내려놓았던 것들을 다시 들어 올리기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내가 지금 내려놓은 것들을 후회하게 될까?


만약 삶에 연습과 실전이 있어 이것이 연습이고 다시 한번 실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거라면

암만 생각해도 나는 다시 너의 아빠를 만날 거고

열심히 사랑할 거고

이 아름다운 계절에 다시 너를 낳을 거다.

널 만날 수만 있다면 태어나 처음 느껴본 아픔도 다시 아플 수 있고

기꺼이 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넌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1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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