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네시쯤 되면 붉은 석양이 온 집안을 휘감는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이젠 그 아름다운 석양이 지겨울 때가 되어 암막 커튼으로 들어오는 석양을 거절했다.
매일 보는 티브이도 지겨워 깜박 졸았다.
그렇게 서서히 어두워지는 거실에서 아이는 졸고 있는 나를 보며 문득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눈을 떴을 때 석양도 가버리고 온통 어둠만이 집안에 들어와 있었고 아이는 내 발 밑에 쪼그려 잠을 자고 있는 걸 보니 혼자 무서웠던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끌어안고는 한참을 아이의 숨소리에 내 숨을 맞추었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 핸드폰을 보니 오늘 야근을 하겠다는 남편의 문자가 와있다.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오랜만이었다.
정말 혼자였을 때의 기분이었다.
원래 이 시간에는 아이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며 저녁을 만들어야 하고 저녁을 먹이고 먹어야 하는데...
그러다 아빠가 오면 반갑게 서로 얼싸안고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오늘 낮에 찍은 아이의 귀여운 사진을 보며 서로 깔깔대야 하는데
아이는 잠이 들어버렸고 남편은 오지 않는다니
나의 할 일이 갑자기 없어져버렸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데...
막상 홀로 저녁을 보내게 되니 어둡고 음산한 거실에서 할 일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쓸쓸해지고 외롭고 두려워졌다.
마치 가진 것을 다 빼앗긴 것만 같아 불안함이 밀려왔다.
괜히 아이 옆에 누워 자는 아이의 머리를 쓸었다가 볼에 뽀뽀를 했다가 발을 만졌다가 이불을 고쳐 덮어주었다.
낮에 친구들과 카톡으로 '누가 두세 시간만 얘좀 봐주면 살 것 같아.'라고 얘기한 게 후회가 됐다.
해가 지는 아름다운 오후, 그 소중한 시간에 난 왜 따분하게 티브이를 보며 졸았을까.
아이와 한번 더 눈 마주치고 한번 더 이야기하고 한번 더 웃을 것을...
아이의 간식을 하나 더 챙겨줄 것을.
준비도 없이 맞이한 하루의 마지막이 허탈했다.
하루를 따분하게 보낸 대가로 매일 하루의 꽃을 피웠던 저녁 일곱 시를 오늘은 홀로 보내게 되었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움켜쥘 수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지금 이렇게 보내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지나고 봐야 알게 된다.
그때 그렇게 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