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할 수 없는 것.

by 묘연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하다.

초록창을 열어 검색을 한다.

"○○개월 아기 발달"

아마 모두가 이렇게.

인터넷에 쓰여있는 답안지를 들고 엄마들은 마치 수험생들처럼 잔뜩 긴장한다.

엄마들에게 아이의 성장 속도란 마치 성적표와 같으니까.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자기들이 뭔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성장 속도가 더딘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자기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마치 그게 사랑의 척도인 것처럼.

내가 그랬다.

아이가 6개월이 되도록 뒤집기를 하지 못했을 때도 간신히 뒤집었는데 되집기를 못할 때도 잘 기어가지 못할 때도 그랬다.

혹시 어디 이상이 있는 걸까. 난 그럴 때마다 sns를 뒤졌다. 우리애와 비슷한 애거나 아니면 더 느린 애가 있다면 안도했고 월등하게 빠른 애들을 보면서 내 아이를 걱정했다. 그리고 빠른 애들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살폈다.

육아는 비교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이의 성장 속도뿐만 아니라 어느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엄마들은 대체로 아이에게 얼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는지. 자기가 가진 능력보다는 하나라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최고로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아이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건 엄마가 처음이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엄마들은 아니, 나는 sns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며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에 빠져들었고

그러면서 마음속엔 이상한 비교하는 마음, 열등감, 쓸데없는 우월감 같은걸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사실 노상호 작가는 혁오밴드의 앨범커버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노상호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작가는 밤에 종종 라이브 방송을 하곤 했는데

그는 매일 밤 자신의 얼굴 대신 섬섬옥수 고운 손으로 자신이 그려놓은 밑그림 위에 수채물감으로 형형색색 채색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난 종종 육아를 끝내 놓고 그가 밑그림 위에 색칠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기도 했고 그저 그렇게 붓질하는 반복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밤이 늦도록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면서 나는 이 작가의 그림에 푹 빠져버렸다.

작업 방식이나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sns나 웹상에 떠도는 이미지를 출력해서 먹지를 대고 밑그림을 따고 여러 가지 이미지를 조합하거나 중첩시켜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채색을 하는 작업이었는데 그렇게 기존에 있던 이미지들이 중첩되고 새롭게 채색되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작가가 가진 소신과 상상력들이 버무려진 이미지는 신비스러웠고 그가 가진 재치 있는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곱씹게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 :노상호 인스타그램 @nemonant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인터넷의 정보에 의존하며 하루에도 감정이 여러 번 널뛰는 나 자신이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꾸며놓은 세계는 온데간데없고 남들이 꾸며놓은 세상에서 나 자신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과 내 아이를 괴롭힌 것 같았다.

'내 아이 내가 키우는데 왜 나에겐 내 이야기는 없는 거지.'

아이용품 하나 사는데도 내 안목보다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걸 사고, 사람들이 많이 사 입히는 옷을 입히고, 이유식을 하나 사 먹여도 인터넷에 물어보는 의존적인 나에게 노상호 작가는 SNS 정보를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은 내게 이야기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것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할 것을.
귀족들 - 1 / 노상호(이미지 출처http://hello.grafolio.net/220901678752)


우린 sns를 언제까지 하며 살아갈까.

난 언제까지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에게 비교하며 살아야 할까.

온라인에 떠도는 불특정 다수에게 기준을 맞추고 살아야 할까.

아예 떠날 수 없다면 참고만 하는 게 좋겠다.

위 작품의 밑그림처럼.


그리고 그 위에 우리 아이가 가진 색을 칠하고 내가 가진 색을 섞자.

그리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쓰고 우리만의 태그를 달자.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조금 느리다고 해서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런 건 아니니까 안심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를 낳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