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코로나로 여행을 못 다니긴 했나 봅니다.
신랑이 연차가 6개가 남아서 모두 써야 한다더군요.
회사에서는 남은 연차를 돈으로 주지 않기 위해 다 소진하라고 합니다.
내일부터 평일이 6일 남아서 내일부터 쉰답니다.
평일은 6일 남았는데 연휴가 있다 보니 장작 12일을 쉬겠네요.
평소라면 여행도 가고 캠핑도 가고 할 텐데 지금 코로나 시국이라 어디 나가기도 어려워 아직 아무 계획도 없어요.
49번으로 시작했던 거제도 코로나가 글 쓰는 지금 129번까지 문자가 왔네요.
아이랑 둘이 집에 있는 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기도 한데 신랑이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힘들답니다.
아이랑은 삼시 세 끼가 딱 정해진 시간에(주로 제가 준비했을 때) 먹는데 신랑은 쉬는 날은 먹고 싶을 때 나와서 먹으려고 하지요. 그래서 싱크대에 설거지가 계속 계속 있는 느낌이에요. 꼭 차려달라는 안 하고 혼자서도 차려 먹기도 하니깐 차리는 수고는 좀 덜하긴 해요(나쁜 신랑 아니라고 나름 옹호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아이랑도 놀아주고 쓰레기도 버려주는데 뭔가 불편한 기분이랄까요?
예전 TV 프로그램에 유부남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프로가 있었는데 거기서 아내와 아이들이 친정 가면 그렇게나 편하고 좋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애들이 있다고 딱히 본인이 보는 것도 아니고 아내가 잔소리하는 것도 아닌데 소파에 누워 있기가 눈치가 보인다고 했었어요.
저도 지금 그런 기분인 거 같아요.
신랑 없을 땐 아이랑 점심으로 라면을 먹기도 하는데 신랑이 있으면 왠지 밥 안 주고 라면 먹인다는 눈치가 보인 달까요?
올해 코로나로 재택 근무에 들어간 남편을 둔 친구들이 힘들다고 애기한 적들이 있어요.
일 하는데 방해하지 말래서 애들 거실서 보고 있는데 남편은 자기 쉬고 싶을 때 나와서 괜히 애들한테 말 걸고 애들은 아빠가 놀아주러 나온 줄 알고 놀려고 하면 들어가 버려서 뒤치다꺼리한다고 더 힘들다 하더라고요.
부부라는 게 서로 한 없이 편한 사이 같으면서도 계속 서로의 신경은 맞혀주러 눈치 봐야 하는... 불편하면서도 편한 그런 애매모호한 사이인 거 같아요.
너무 편하지도 막 불편하지도 않은 그런 사이이니 알콩달콩 살아지겠지요.
부디 이 연차 기간이 알콩달콩 지났음 하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