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계속 아버님 일을 도와야 하기에 시댁에 남고 저와 아이는 친정으로 가는 날입니다.
새벽일 가는 시아버지와 신랑 배웅하고 전 한숨 더 자러 방에 들어갔답니다. 아이가 깨서 함께 일어나니 9시가 다 된 시간이네요.
거실로 나가보니 시어머니도 잠깐 한숨 주무셨다며 같이 늦은 아침을 먹었답니다.
이제 결혼한 지 8년 차인 며느리입니다.
첨 시집와서는 어머님과 단 둘이 집에 있으면 할 말도 딱히 없고 밥 먹는 것도 어색했어요.
집안 환경도 전혀 다른 집안이다 보니 시어머니는 저에게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봉사 3년의 옛날 며느리살이를 말씀하셨고 전 그래서 옛날 어른들이 골병드는 거라고 말대꾸하는 며느리였지요.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은 시어머니와 둘이 늦잠도 자고 늦은 아침도 둘 다 좋아하는 감자탕 한 냄비 놓고 같이 뼈 뜯는 사이가 되었네요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좋은 건 남자들 앞으로 주고 여자는 상태 안 좋은 거 먹는 문화에 전 적응이 힘들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아니라 얘기하는 며느리가 혹시나 무서운 시아버지에게도 그럴까 싶어 저희 어머니도 조마조마한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중간에서 신랑이 잘했던 거 같아요.
시어머니께서 저 싫어서 남자들 앞에만 좋은걸 주신건 아녔거든요. 본인이 평생을 그렇게 사시다 보니 습관적으로 그쪽으로 놓게 되시는 거였어요.
그럼 신랑이 누구 씨도 이거 좋아하는데... 하면서 제 앞에 놓아주면
"아 그래그래 앞에 놓고 먹어. 내가 또 그래 놨네.. 아이고.. 나도 참..."
하시면서 다시 듬뿍 담아 놓아주셨어요.
시간이 지나니 점점 이야기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서로 조금씩 조금씩 양보를 하게 되고 포기라는 걸 하게 되면서 지금은 사이좋은 고부가 되었어요.
처음부터 서로 맞춰가는 사이는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하나씩 맞춰가다 두 개가 맞춰지고 세 개가 맞춰지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좋은 사이가 되는 게 사람 사이인 거 같네요.
처음엔 할 말 다하는 며느리였는데 지금은 시원시원한 며느리라 불린답니다.
웃지도 않고 인상 쓰고 있는 며느리보다 항상 싱글싱글 잘 웃고 어른들과 대화도 잘하는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 해주시네요.
시아버지는 가끔 약주 한잔 하시고 "며늘아 내 니를 사랑한디~"라고 고백해 주시는 아버님이시랍니다.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님이라 신랑과 시어머니는 항상 놀라요.
그럼 저도 "저두요 아버님~"하고 하트 뽕뽕 발사해드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