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마을아낙 Dec 25. 2020

고부사이

처음부터 서로 잘해주는 사이는 없다

신랑은 계속 아버님 일을 도와야 하기에 시댁에 남고 저와 아이는 친정으로 가는 날입니다.

새벽일 가는 시아버지와 신랑 배웅하고 전 한숨 더 자러 방에 들어갔답니다. 아이가 깨서 함께 일어나니 9시가 다 된 시간이네요.

거실로 나가보니 시어머니도 잠깐 한숨 주무셨다며 같이 늦은 아침을 먹었답니다.


이제 결혼한 지 8년 차인 며느리입니다.

첨 시집와서는 어머님과 단 둘이 집에 있으면 할 말도 딱히 없고 밥 먹는 것도 어색했어요.

집안 환경도 전혀 다른 집안이다 보니 시어머니는 저에게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봉사 3년의 옛날 며느리살이를 말씀하셨고 전 그래서 옛날 어른들이 골병드는 거라고 말대꾸하는 며느리였지요.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은 시어머니와 둘이 늦잠도 자고 늦은 아침도 둘 다 좋아하는 감자탕 한 냄비 놓고 같이 뼈 뜯는 사이가 되었네요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좋은 건 남자들 앞으로 주고 여자는 상태 안 좋은 거 먹는 문화에 전 적응이 힘들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아니라 얘기하는 며느리가 혹시나 무서운 시아버지에게도 그럴까 싶어 저희 어머니도 조마조마한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중간에서 신랑이 잘했던 거 같아요.

시어머니께서 저 싫어서 남자들 앞에만 좋은걸 주신건 아녔거든요. 본인이 평생을 그렇게 사시다 보니 습관적으로 그쪽으로 놓게 되시는 거였어요.

그럼 신랑이 누구 씨도 이거 좋아하는데... 하면서 제 앞에 놓아주면

"아 그래그래 앞에 놓고 먹어. 내가 또 그래 놨네.. 아이고.. 나도 참..."

하시면서 다시 듬뿍 담아 놓아주셨어요.


시간이 지나니 점점 이야기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서로 조금씩 조금씩 양보를 하게 되고 포기라는 걸 하게 되면서 지금은 사이좋은 고부가 되었어요.


처음부터 서로 맞가는 사이는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하나씩 맞가다 두 개가 맞지고 세 개가 맞지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좋은 사이가 되는 게 사람 사이인 거 같네요.


처음엔 할 말 다하는 며느리였는데 지금은 시원시원한 며느리 불린답니다.

웃지도 않고 인상 쓰고 있는 며느리보다 항상 싱글싱글 잘 웃고 어른들과 대화도 잘하는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 해주시네요.


시아버지는 가끔 약주 한잔 하시고 "며늘아 내 니를 사랑한디~"라고 고백해 주시는 아버님이시랍니다.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님이라 신랑과 시어머니는 항상 놀라요.


그럼 저도 "저두요 아버님~"하고 하트 뽕뽕 발사해드린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신랑의 연차 소진 시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