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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마을아낙 Jan 11. 2021

아기는 이쁘다고 하는 거야

네가 처음 태어난 날

2015년 11월 10일..

예정이 10일이나 지나고 유도분만을 예약하고 병원을 갔단다.

그런데 유도가 안 걸려서(네가 유도분만이라는 말을 알까? 약을 이용해서 진통이 오게 하는 거란다... 이런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남편이 되길 바란단다) 대기하던 중 심박수가 떨어지는 바람에 급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지.

부분 마취만 하기 때문에 수술로 나오는 널 볼 수 있었지.

널 처음 만나고 엄마가 한 말은...

"너무 못생겼어"

였어. 미안해 아들.


수술을 하면 다음 날도 다들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데 엄마는 링거대 들고 너 만나려고 계단을 걸어내려 갔단다. 엘리베이터 올라오는 걸 못 기다려서 말이야.


넌 그렇게 사랑받는 아들로 태어난 거야.


엄마한테 이렇게 사랑받는 아들인 네가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난 뒤 그냥 그런 남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엄마가 보는 남편들은 왜 그렇게 엄마들의 마음을 모르는지 모르겠구나.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단다.


우선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처음 한 말 기억나니?

"너무 못생겼어"

이 대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아기의 엄마밖에 없단다.

내 배 아파 낳은 엄마만 할 수 있어.

원인을 제공한 아빠는 그저 이쁘다고 하는 거야.

왜냐면 그 못생긴 아기도 사랑으로 키울 사람이 엄마이거든.

아빠는 그저 그렇게 힘들게 나은 아기를 이쁘다고만 해야 하는 거야.

아이에 대해 평가하려 하지 말렴.

너의 아기이기도 하지만 그 아기를 온몸을 다해 10달 키운 건 너의 아내란다.


그리고 세상 사람이 아기를 보고 다 너를 닮았다고 해도 넌 꼭 아기와 너의 아내의 닮은 점을 찾으렴.

정 할 말이 없으면 자는 모습이 꼭 닮았다고 하렴.

사람은 모두 눈 감고 자는 게 닮았단다..


넌 정말 너희 아빠를 꼭 닮아서 아무도 엄마 닮았다고 안 해서 엄마 엄청 섭섭했단다.

엄마가 이 글을 몇 개를 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섭섭하게 하는 게 생각날 때 하나씩 써볼게.


----언젠가 장가갈 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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