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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마을아낙 Dec 27. 2020

코로나 블루

나름의 일상으로 규칙찾기

11월 27일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아이 아빠가 일하는 조선소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서 조기 퇴근자들이 생겼고 그날 저녁 검사소가 설치되어 많은 조선소 사람들이 검사를 받으러 갔다는 소식이 지역 커뮤니티와 아이 아빠의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지요.

그리고 내려진 3일간의 셧다운.

거제도가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생기기 시작한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들..

당연히 유치원은 긴급 보육으로 전환되었고 아이는 집에서 엄마와 쉬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1주일만 참으면 다시 유치원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냉장고 파먹기와 엄마표 홈스쿨을 늘리며 지냈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 유치원의 등원은 한 달째 못하게 되었네요.


올 초부터 중간중간 못 갔던 기간이 있었던 터라 셧다운  내려졌던 날부터 규칙적인 스케줄로 생활을 한 데다 베란다에 아이가 햇볕을 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함께 책도 보고 바깥구경도 시켜주었었요.

베란다 독서공간

그런데 며칠 시댁에 있으면서 아이가 밖에 한번 못 나가고 햇볕 볼 베란다가 없었답니다. 시댁 앞에 큰 건물이 생기면서 해가 들지 않더라고요.

자유롭게 며칠 놀면 아이도 좋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아니였네요.


날이 어두워지면서 아이가 갑자기 슬프다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어른들도 모두 깜짝 놀랐지요.

아이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눈물이 난다 하네요.

첫날은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또 어두워지니 "엄마 밤이 안 왔으면 좋겠는데 밤이 와서 슬퍼"하고 말하며 안기네요.


코로나 블루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 코로나 블루’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언젠가 뉴스에서 봤던 말이 떠올랐어요.

티브이도 보고 싶은 만큼 보여주고 하고 놀고 싶은데로 놀 수 있으니 좋을 꺼라 생각했는데 흐트러진 생활 패턴과 집 안에서의 생활이 아이에게는 우울감을 안겨준 거 같았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처방도 아니고 엄마인 저만의 생각이라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이 이틀간 보여준 행동은 남의 일이라 생각됐던 코로나 블루가 나의 일로 닥친 기분이랍니다.


엄마랑 둘이 밖에도 못 나가는 거제도로 돌아가는 것보단 저녁에라도 아빠를 볼 수 있는 시댁에 남아있을까 했는데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내일이라도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이젠 무엇이 일상이었는지도 모를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난 거 같습니다.

이제는 이 상황 속에서 나만의 일상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거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아이는 유치원으로 엄마는 집안일로 흩어지는 날이 아닌 계속 아이와 함께 아이의 홈스쿨링 선생님도 되고 끼니와 놀이도 함께 챙기는 엄마가 일상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간 계속 집에서만 함께해야 하던 그때가 있었지라고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우리만의 루틴을 만들어 지키며 살아야겠네요.


혹시 지금 갑자기 슬프고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어릴 때 짰던 생활계획표를 짜 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이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야 할 때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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