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엔 거북이 6살 아들이 있어요.
36개월까지 제대로 말이 터지지 않아 언어센터에서 교정 치료를 받고 60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치료를 다니고 있어요.
지금은 말은 잘 하지만 논리 정연하게 말하거나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한 뒤 답하는 능력을 키우는 치료를 받는 중이에요.
언어센터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36개월에 센터를 다니면서 모든 영상을 끊었더랬지요.
그러다 이제 말을 좀 하게 되고 영어를 접하면서 영어 DVD를 보여주었고 코로나로 가정교육을 하다 보니 1주일에 한두 번씩 한국어로 나오는 어린이 프로도 보여주었답니다.
요즘은 IP TV에서 교육용 프로그램을 바로바로 볼 수 있게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에 한두 편씩 선택해서 보여준답니다.
어제부터 시댁에 와 있는데 외출을 못 하다 보니 아이가 너무 심심해하네요.
게다가 아빠랑 할아버지는 일가시고 저랑 할머니는 집 정리를 하다 보니 방치 아닌 방치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은 티브이 맘껏 보라고 리모컨채로 쥐어주었답니다.
그런데 계속
"엄마~왜 안 해"
"엄마~이거 아니야"
하며 엄마를 찾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가보니 CF가 하고 있네요.
이거 끝나면 할 거야 했는데 CF는 기본 2~3개 나오더라고요.
집에서는 내가 원하면 바로바로 나왔는데 지금은 CF를 기다려야 하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우리 어릴 땐 좋아하는 드라마 보려면 그 시간에 맞추어 모든 준비 끝내 놓고 시간 놓칠까 봐 서둘러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되었네요.
참 좋은 세상인 거 같습니다.
내가 원하면 지나간 프로도 바로바로 볼 수 있다니...
그러면서도 CF의 그 잠깐의 시간도(아이에겐 긴 시간이었겠지만요) 기다리지 못해 안달하는 아이를 보니 안타깝네요.
우리 때는 기다리는 게 당연했는데 이 아이에겐 기다림이 불필요한 행동이 되었어요.
언어뿐 아니라 행동도 거북이처럼 저희 아이인데 성격은 토끼처럼 급하답니다. 타고났다 생각했는데 어쩜 이 아이가 사는 세상은 토끼들처럼 빨리 해야만 하는 세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 토끼 세상을 살아야 할 거북이 아들이 걱정되지만 가끔은 CF도 보면서 새로운 세상도 볼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상반된 마음이 드는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다들 천천히 즐기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