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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마을아낙 Dec 23. 2020

5인 이상 집합 금지

내년엔 꼭 모여봐요

저희 시댁은 부산이고 저희는 거제도에 산답니다.

시누네는 경기도에 살아서 부산에 나이 드신 시어른들만 사세요.

아이가 어릴 땐 한 달에 한 번은 그래도 꼬박꼬박 뵀는데 아이가 원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이 어렵더니 코로나로 점점 띄엄띄엄 방문하게 되네요.


이번에 연차도 있고 하니 평일에 한번 다녀오자 했는데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기사를 봤어요.

못 갈 수도 있겠다 했는데 아버님께서 하시는 일이 몸 쓰는 일이다 보니 힘에 많이 부치시나 봐요. 신랑 연차 내고 쉰다 하니 와서 일 좀 도와달라 하시네요.


그럼 같이 갔다가 저랑 아이는 돌아오고 남편만 부산에 남기로 하고 아침 일찍 부산으로 왔네요.

다행히 직계 방문은 괜찮다 해서 저희도 며칠 더 머물기로 했어요.


남편은 아버님과 일을 가고 쉬려고 앉았다가 어머님께서 창고처럼 쓰시는 작은 방을 보게 됐답니다.

평소에는 오는 사람이라고는 저희 식구밖에 없으니 방 3개의 집에 한 개는 창고로 써도 괜찮았는데 경기도 군포에 사시는 시누네랑 같이  시댁을 방문하려면 방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숙소를 잡아 만나곤 했어요.

부산과 군포는 거리가 있다 보니 저희 어머님은 시누를 1년에 2번도 잘 못 보시거든요.


그래서 저 작은방을 정리하고 싶어 하시는데 엄두를 못 내셨어요. 특히 요즘 코로나로 시누가 엄청 힘들 텐데 오란 말하기도 어려워하시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큰 맘먹고 작은방을 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워낙 깔끔하신 분이라 정리할 건 없었고 버리기만 하면 되더라고요.

옷 안 입으시는 거 정리해서 한 바구니 가득 버리고 옷장에 정리해 드렸고 큰 장 때문에 문이 반 밖에 안 열렸는데 위치 바꾸고 오래된 물건들도 정리해 드렸어요.


오래된 물건 중에 남편 군대 시절 받은 위문편지들과 유학시절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들이 한 뭉치 나오더라고요.

남편 오면 같이 읽어보려고 한쪽에 치워뒀어요.


묵은 때까지 쏴~악 닦고 내일은 작은방에 창고까지 치워보려고 해요.

아직 반밖에 안 치웠는데도 시어머니께서 엄청 좋아하시네요.


치우는 중에도 계속 "이제 은율이네(시누 큰딸이에요)랑 조만간 우리 집에서 보자. 집에서 맛있는 것도 해 먹고 너희 먹고 싶은 것도 계속해 먹고...." 하시네요.

집에서 자식들 밥해주는 게 낙이 신 분인데 딸이랑 사위도 얼마주고 싶으셨겠어요.

너무 좋아하셔서 진작 해드릴걸 싶었답니다.

이제 반 정도 치운 방의 모습

원래는 문도 다 안 열리고 카펫도 안 보일만큼 짐이 많았답니다. 내일을 저 방의 창고도 정리할 거예요.


이제 방도 치워놓았겠다 정말 부산에서 온 가족 시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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