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꾸린 가정이라 쉬는 주말에 집에서 뒹굴어 보는 건 손에 꼽는집이랍니다.
거기다 친정과 시댁은 부산이라 한 달에 1~2번은 어른들 뵈러 가니 신랑 출근 아니면 항상 어디든 가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이번 주는 거제도에 계속 확진자가 나오다 보니 공원조차 못 가고 집콕이네요.
6살 아이랑 마트가기도 겁나 토요일 퇴근길에 아이 아빠가 장을 봐 왔어요.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니 주부의 제일 걱정은 삼시 세 끼였어요.
그래서 '김밥'으로 결정했답니다.
우선 아이 아빠의 최애 음식이고 10줄 싸 놓으면 오며 가며 먹기도 하고 저녁엔 라면과 남은 김밥 먹으면 하루 식단이 끝나니 최고의 음식이죠.
간편한 집 김밥
아빠와 아들
엄마가 김밥 쌀 동안 아빠랑 아이는 보드게임을 했어요.
나름 평화롭네요.
작년만 해도 아이를 어떻게 볼지 몰라 음식 좀 할라치면 엄마를 그렇게나 찾던 신랑인데 이번엔 재료 준비하는 동안 아이랑 놀아주고 제가 김밥 싸면 주면 아빠가 아이 입에 맞게 썰어서 챙겨 먹여도 주네요.
워낙 뭘 모르는 신랑이라 항상 서투르고 저도 작은 것에 감사하는 성격은 아니다 보니 작은 불만들이 많았었는데요
요즘 이 코시국을 겪으며 지금 이렇게 세 식구 같이 앉아 김밥 싸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네요.
거제도는 지역 특성상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할 만큼 좁은 동네랍니다. 요즘 격리 대상자들이 많이 생겨 아빠는 화장실 있는 안방에서 격리 중이고 아이들은 유치원이고 학교고 안 가니 계속 집에서 생활 중이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물론 전국적으로 그렇게 된 지 오래됐지만 나름 청정 지역이라 했던 거제도가 이렇게 되고 나니 정말 코앞으로 코로나가 닥친 기분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한 공간에서 함께 밥 먹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이 고맙게 여겨지는 거 같네요.
지금 이 상황이 안 왔더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닥친 이 상황을 좋게 생각해 보려 노력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