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동시를 쓰려고 하는 걸까? 이 질문은 마치 오래된 비밀처럼 서랍 속 깊숙이 감춰져 있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여러 갈림길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왜 동시인가?’라는 물음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중 詩作에서 다시 동시 쓰기를 시작했다. 질문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동시를 쓰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학창 시절 문학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친구들이 가수 소방차에 열광할 때 나는 윤동주의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나에게 주어진 길이 무엇인지 묻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순간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림으로 다가오고 그 순간들을 시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비 오는 날의 고요함 같은 것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런 순간들을 지나치지 않고 시로 담아내기 시작하면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는 소녀로 성장해 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끄적거림에 불과했던 시들이 어느새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고 나는 비로소 시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책은 나 자신과 나의 세상을 이해하는 여정의 기록이었다.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며 더 깊이 있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동문학을 접하기 전까지는 내 안에 존재하는 시 힘을 믿고 그것으로 세상의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싶었다. 시가 나를 정화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나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방황했다. 졸업 후 2년이 지난 2000년, 드디어 내게도 신춘의 봄이 찾아왔다. 몇 안 되는 작품 중 졸업작품으로 준비했던 동화를 끙끙거리며 밤새 고치고 신춘문예에 제출했는데 뜻밖에도 당선이 되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기뻤던 기억과 시상식에 지각했던 에피소드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춘문예 당선으로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자신이 없었고, 계속 창작 활동을 해야겠다는 절실함도 부족했다.
그랬던 내가 아동문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06년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이 되고부터다. 방정환의 『사월 그믐날 밤』을 만나고, 현덕의 『너하고 안 놀아』, 이주홍의 『청어 뼉다귀』, 몽실언니, 강아지똥을 만났다. 매주 어린이문학을 읽으며 내 안의 어린아이는 어린 시절 받았던 크고 작은 상처들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내게 치유의 메시지로 다가왔고, 나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도와주는 친구가 되었다. 동심은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원동력이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다시 경험하면서, 나는 그것이 단순히 지나간 추억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의 동심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갖게 되었다.
동심을 더는 나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심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졌고, 나처럼 내면의 아이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그 순수함을 전하고 싶었다. 동심은 우리 삶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다. 바쁜 일상과 무거운 책임 속에서 잊고 지내기 쉽지만 그 동심을 다시 발견하고 간직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내 안의 동심을 지켜가며,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