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을 하고 커피 맛이 좋았던 카페로 향했다. 카페 입구에는 작은 화단이 있었고, 문을 열자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2층 창가 자리로 올라갔다. 창밖으로는 초록 나무와 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고소한 향과 쌉쌀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이 카페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너, 여기서 커피 자주 마시니?”
친구의 물음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아니, 특별한 날만 마시는 거지. 가끔 날 위해 선물로 커피를 사주기도 해. 커피 맛 좋지?”
친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가 너무 비싸다. 이런 커피 자주 마시지 마.”
친구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음 한구석에 섭섭함이 밀려왔다. 친구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내 분수에 맞지 않다는 건가?’ 날 위해 커피를 사주고 커피로 행복해했던 지난 시간들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분명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도서관 봉사활동으로 수입은 없지만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와 그림자극 공연이 많았던 시절이다.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큰 보람이었다. 그림자극을 할 때마다 아이들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봉사를 통해 나의 마음 근육을 키워가는 내가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되었던 때지만, 조금씩 지쳐가는 나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늘어놓았다.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노후 준비를 조금씩 해야 하고 수입이 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라고 조언해 줬다.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내가 정말 준비성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준비성 없는 나의 삶이 넓은 통유리창에 비치는 듯했다. 친구는 경제관념이 뚜렷했다. 노후 준비뿐 아니라 부동산에도 관심이 있어 서울까지 투자 공부를 하고 부자의 등급에 올라가 있었다. 안정적인 직업과 노후준비와 부동산까지. 나에게 없는 것을 전부 갖춘 친구다.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작아지는 나 자신을 느꼈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커피 한 잔이 나에게 주는 가치는 단순한 음료 이상이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있으면 하루 피로가 녹아내리고,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첫 모금을 마실 때 느껴지는 커피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달래준다.
돈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 돈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커피를 나누고 싶다. 친구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삶을 이해하고 응원해 준다. 나에게 커피 한 잔이란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행복이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커피값을 아까워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커피 한 잔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쉼을 선물하고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커피값을 지불하는 것은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나는 돈을 벌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