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illustration
남영역 뒤편 거리에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열정도라는 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인쇄소가 즐비했던 골목이지만, 업체들이 빠져나간 뒤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되었고 2015년 즈음부터 해서 청년장사꾼 소속의 여러 가게들이 자리를 잡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한 곳이다. 이 거리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느낀 특징은 여느 다른 핫플레이스처럼 문전성시를 이루거나 상업적 거리로 변해가며 걷기 힘들 정도의 번잡함을 주기보다, 적당한 분주함과 차분함이 느껴지는 거리라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 얼마 전부터 심상치 않은 라멘집이 오픈한 것을 알게 되었다.
라멘집은 열정도 거리에서 쉬이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즉, 골목에 위치해있고 골목 입구에 A4용지로 붙여놓은 표시가 없다면 과연 가게가 있는 입구가 맞는 것인지 의문을 주는 입지이다. 문 앞을 마주해도 제대로 된 입간판 하나 없는, 외관에서부터 맛으로만 이야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주는 느낌이다. 영업시간도 짧은 편이라 개점 시간 전부터 찾아왔는데 이미 몇몇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부는 보기보다 넓은 공간이 있고 오픈 키친 형식으로 10석 남짓한 자리가 다찌 형식으로 둘러져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일본인 청년 2명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콩글리시에 가까운 생활 일본어로 주문을 해본다. 점심에 주문 가능한 메뉴는 단출하게 토리소바와 마제멘 단 2개. 다소 라멘 – 소바라는 이름을 보면 여기를 라멘집으로 언급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 치고는 인정이 박한 가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새 자리는 꽉 차서 밖에 대기줄까지 생긴다. 보통 맛이 아닐 것 같다는 기대감이 가격에 대한 걱정을 상쇄시킨다.
두 청년들은 조리를 위해 부지런하면서도 차분하게 움직이는데, 만드는 정성이 카운터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토리소바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라멘인, 돈코츠 라멘이 아닌 닭 육수를 베이스로한 라멘이다. 고명으로 얹어진 차슈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된 닭고기이다. 스프를 한 숟갈 먹는 순간,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앞으로는 라멘의 격전지로 볼 수 있는 홍대로 라멘 먹으로 굳이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진 낯선 닭 베이스 임에도 낯설지 않고 깔끔하다. 면발의 삶기도 적당해서 천천히 먹어야 하는데 그새 흡입하게 만드는 맛이다. 곁들임으로 나오는 오이 피클의 맛도 상당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옆 자리의 사람들이,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데 빨리 착석해서 운이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만 알고 싶은 집이라는 표현이 적절한데, 이미 사람은 많아졌고 유명해져서 자주 오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지금은 조용한 이 열정도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까 싶은 하나모코시. 오늘은 꽃샘추위로 꽤 쌀쌀한 날인데, 이런 날 생각나게 하는 훌륭한 라멘 한 그릇이었다.
written by 애플주스
#용산에서밥한끼
하나모코시
평일 12:00 - 21:00
14:00~18:00 브레이크타임
토요일 12:00 - 21:00
14:00~18:00 브레이크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