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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빈 Apr 09. 2020

제발 일만 하면 안 될까요?

코로나 사태 속 재택근무 애로사항

목끝 까지 차오르는 그 말을 이내 삼키고 심호흡을 한다.

넓지 않은 거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코로나로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느낀 재택근무의 단 하나의 단점은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퍽퍽함이었다. '퍽퍽함'이라 함은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제가 되어주는 표정과 말투가 부재한다는 것이다.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은 업무와 함께 전달하는 실무자의 다양한 감정들을 모두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여린 감수성의 디자이너들(필자 포함)의 협업과 팀웍에 길어지는 재택근무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다.



오랫동안 건강한 정신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나만의 규칙 하나가 있다.

바로 미묘한 파워게임의 기류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한데 안 그래도 눈에 보이던 파워게임이 건조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으로 상처 받은 이들로 인해 재택근무 전보다 또렷이 나타나는 순간들이 왕왕 생겨났다.


개인과 개인의 문제도 그렇다 치지만 여러 명이 함께하는 채팅방에서 일과 상관있는 듯 없는 듯 미묘한 감정 씨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 사람, 지금 얼마나 힘들까 싶어 한숨이 나온다.


때로 나를 파워게임에 끌어넣으려는 시도들을 마주하면 수련을 해야만 한다. 계속해서 나에게 집중하고 일을 진행시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만을 되새긴다.

그리고 판단은 잠시 쉬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다시 앉는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럽다.

어려운 시간, 평범한 일상으로 회귀하는 순간을 기다려본다.


다시 사무실에서 만나면 따뜻하게 웃어주기로, 모두 조금 더 힘내 보기로.






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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