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 끝에서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울리면
내 발걸음은 빨라졌다.
열다섯 개의 집이 일렬로 붙어있는 복도 끝 301호가 우리 집이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전속력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면,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알싸한 마늘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런 날엔 새로 담근 김치로 차려진 한 상을 마주했다.
오이소박이, 배추김치, 파김치...
고기 한 점 없는 밥상에서 10살 난 나는 밥 두 그릇을 꼬박 비워냈다.
여름에는 콩국수
생일날엔 돈가스
가을에는 육개장과 꽃게탕을 나눴다.
어머니의 삶은 함께 나눔이었다.
손에서 손으로 오가는 그릇에서 체온을 느꼈고 기억이 남았다.
문득, 15평 남짓했던 작은 아파트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것은
지금은 가질 수 없는 풍요로움에 대한 아련함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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