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힘들어. "
술잔을 기울이며 친구는 말한다. 그런 푸념을 늘어놓을 때면 부쩍 각자의 옛 연인을 회상한다.
그때 참 좋았었는데. 그때 참 순수했지.
추억에 잠긴 그들의 눈빛은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은 듯 술잔과 함께 흔들리고, 빛난다.
스무 살,
그때는 그랬다.
한 사람이 나의 세상을 뒤흔드는 드라마틱한 경험을 했었고 가슴 뛰는 그 순간 사랑을 말했다.
불안한 사회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연인의 자격'을 조언하는데, 그것은 삶의 경험으로 선택된 몇 가지 요소들로 구성된다. 그 요소들을 충족하는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한다면,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들 이야기한다.
사회 속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겪었던 그것과 다르지만 같은 불안을 경험한다. 그리고 절절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 진지충이라는 놀림을 받거나, 누군가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성적 사치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들은 '연인의 자격'에 대한 믿음에 힘을 더하고, 많은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인의 자격'에 대한 믿음이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인연을 찾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가치를 끝내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지 모른다. 삶에 정해진 답은 없고 앞으로의 일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적인 여유와 많은 배움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이란 안갯길 속 모든 것이 흐릴 때, 오직 서로가 또렷이 보이는 거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계획과 목적지에 대한 복잡한 물음 없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 결국 사랑임을.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누군가는 '연인의 자격'을 외면한 채 외로움을 말하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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