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충동, 나의 무너짐 ep1.

내 마음은 아수라장 찾아온 우울

by 바람꿈

지금 우리 아이는 약 덕분에 ADHD의 충동이 잘 조절되고 있다.

용량을 조절하고 적절히 약을 바꾸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에게 맞는 약을 비교적 빨리 찾았고 큰 부작용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식욕 부진 같은 미비한 부작용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냥 함께하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려는 건 안정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약을 막 시작했던 초반의 일화다.


그때 부작용이 두려워 유치원생이 복용하기에도 부족할 만큼 낮은 용량으로 약을 시작했었다.


돌이켜보면 그래서 약효가 전혀 없었다....





학원버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아이가 친구를 쳤다고 주의해 달라는 전화였다.

선생님께 사과하고 아이에게 이유를 묻자 자기가 아닌 자신과 친한 친구를 계속 놀려서 화가 났다고 했다. 또 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게 싫었다고도 했다.

떠드는 게 싫었던 건 이해하지만 정작 놀림을 당한 건 본인이 아닌데 대변인 마냥 나섰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항상 몸이 아닌 말로 표현하라고 알려줬는데, 결국 불편한 상황의 끝은 늘 "몸의 대화"였다.

원인이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긴 건 우리 아이였다. 아이가 억울해도 원인에 대한 사과는 없다.

결과에 대한 사과만 있으니 늘 언제나 나의 첫 사과 두 번째 아이의 사과만 있었다.


이런 불편한 상황으로 선생님과 통화하는 것도 너무 싫었다.나는 화도 내고 크게 혼도 내고 손바닥도 때려보고 소리도 질러봤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은 여지없이 돌아왔다.




학년이 끝나갈 무렵, 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아이들끼리 키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아이가 키 작은 친구에게 "넌 키가 작으니까 부모님도 키가 작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난 아이가 한참 카카오프렌즈나 흔한 남매 과학 때문에 유전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악의가 없었다는 걸 알아챘지만 다른 사람은 당연히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그래서 그 말이 상대의 콤플렉스를 건드렸다면 충분히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상대 부모님은 ‘부모를 들먹였다’며 불쾌하다고 했고 나아가 “같은 반이 되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전해 들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정말 그렇게까지 반응할 정도일까?...


뭐가 어쨌든 우리 아이로 인해 마음이 다쳤다면 사과는 해야 했다.....


내가 직접 사과를 드리려 하니 담임 선생님께서 그것보다는 그냥 아이 스스로 편지와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아이는 사과 손편지와 작은 캐릭터 캔디를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그 아이는 이미 다 잊은 듯,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을 왜 학년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이야길 꺼낸 걸까.
행동의 시정을 원한다면 그때 바로 이야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늘 담담하던 그분조차 “그건 좀 이상하네요. 바로 얘기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요”라고 하셨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에서 어떤 엄마가 연락이 왔다. 우리 아이가 자기 아이를 몇 번 때리고 괴롭혔다며 연락을 해왔다.


나는 일단 사과를 먼저 하고 학원에 한 번도 전화 온 적이 없어 학원에 확인해 보겠다고 했었다.


학원에 확인해 보니 사실은 달랐다.


내 아이와 다른 아이가 쌀보리 놀이를 하고 있는데 굳이 그 아이가 옆에 와서 서있고 구경하며 스치는걸 ‘때렸다’고 표현한 것이었다.


선생님이 확인한 사항이고 말했는데 안 받아들이신다고....


또 너 이 책 빌려가네 라는 말도 단순 묘사인데 어느새 자기 아이 수준 비아냥으로 받아들여 전화가 왔다고.....

심지어 시험 끝나고 다 푼 아이는 제자리에 서 있던 중 맨 앞에 앉은 아이가 맨 뒤에 앉은 아이랑 눈이 마주쳐서 연필로 허공에 툭툭 치는 시늉을 했는데 그 아이의 눈을 찔렀다고 한단다.


맨 끝자리에서 맨 앞자리에 있는 애가 닌자처럼 멀리서 던져서 어떻게 눈을 찌른단 말인가.


본인 아이 얘기만 듣고 비약하고 전화하는 그 학부모도 경솔하고 무식하게 느껴졌다.


선생님도 지쳐 있었고, 나도 억울하고 화가 났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런 컴플레인이 반복되면서 행동을 안 했더라도 학원 내에서 우리 아이 이름이 자꾸 언급되는 ‘낙인 효과’였다.


그게 아이에게도 상처가 되었다.


나도 확인조차 처음에 제대로 안 하고 사과할 정도였으니... 아이에게 믿음이 없다는 걸 나 스스로 증명한 것 같았다..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나는 너무 버거웠다. 남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느낌.


좋은 말로는 통하지 않던 아이에게 무리하게 훈육을 하고 체벌도 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니 나는 점점 의욕을 잃어갔다. 말하기도 싫었다.

부모님과 남편에게까지 날이 서기 시작했고 회사 일이 끝나면 아파서 쓰러지듯 눕는 날이 많아졌다.


한 해 동안 링거를 두 번이나 맞은 건 처음이었다.

몸도 정신도 점점 무너졌다.
집에서는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아이고 뭐고 다 꼴도 보기 싫었고 그냥 무기력함

모래 속에 점점 파묻히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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