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13)

by 란지

멀티가 된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멀티로 일을 하면서 완성하고 끝낸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다. 나는 과연 멀티가 된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항상 멀티를 해왔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물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완벽해야만 했다. 강박이 있었다. 멀티를 하면서도 완벽하지 않다면? 그냥 다 놓아버린다. 포기의 길을 항상 걸었다.

대학교를 완전하게 졸업하기까지 나는 대학교를 3번 다녔다.


첫 번째 포기에서 나는 엄마와 각서를 쓸 뻔했다. 내가 자꾸 포기하는 바람에 엄마의 초강수였던 셈인데 내가 각서를 계속 회피하자 아버지가 나서서 영국을 보내주셨다. 나는 웬 떡이냐 하며 덥석 받았고 물론, 그 끝은 똑같이 나의 포기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 찾는 중이었던 것 같다. 내가 무언가 정확히 원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들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돌아와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돈을 모았고, 시간을 갖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미술이었다.


세 번째 학교의 문턱을 넘어 졸업장을 받기까지 ADHD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지만 나는 그때 그런 병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 그냥 좀 뭐든지 힘든 사람인 줄로 알고 살았다. 졸업을 하고 났더니 할 줄 아는 게 패션과 영어밖에 없는지라 미국으로 인턴십을 떠났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 자리를 빌어서 말하자면 해외 인턴십은 말만 번지르르하지 온갖 꼰대 집합소에 멋모르는 신입으로 들어가 굴려지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도전과 포기가 빠른 사람'은 나를 설명하는 단어이다. '도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말이지만 '포기'라는 게 어떻게 같이 붙어 다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게 나라고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뭐... 그 타이틀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 나의 평판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항상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여겼다.


포기해도 괜찮다.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항상 지켜온 나의 신념이자 삶의 모토였다. 이 마저도 탐탁지 않게 보는 이들이 있었으나 나는 꿋꿋이 나만의 길을 간다.


그리고 오늘도 피아노 학원을 가는 걸 포기했다. 돈을 허공에 뿌린 것 같아 씁쓸하지만 이것 또한 다음 주에 두 배로 더 잘하면 되는 거니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입니다."는 누가 지은 말일까? 왜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거지? 너무하다. 갓생만을 지향하며 하루를 혹독하게 보내는 것 같다. "포기할 수도 있지요. 다시 하면 되는 거니까요." 하면서 맞받아 치고 싶다.


왜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에 박한 사회일까? 매일매일이 불만이다.


오늘도 감사일기를 쓴다. 삶을 포기하는 대신 피아노 학원만을 포기하게 해 줘서.


보건소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매년 3-5월은, 그러니까 날이 개고 따뜻해지는 봄에는 자살 고위험 시기이니 심리적 상담 및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오늘날이 맑아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떻게든 이 생각을 잊으려고 애쓴다. 아, 오늘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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