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12)

by 란지

과몰입 과연 좋은 것인가!

뭐든지 과유불급이다. 하지만 덕질에 있어서 과몰입은 아주 좋은 재료이다. 쑥스럽게도 나는 4-5년 K-POP 보이그룹을 덕질했다. 아, 물론 성인 되어서요~ 덕분에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을 왕창 쏟아부어서 그 시절 행복하게 덕질을 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굿즈와 좋은 기억!


그 시절의 나는 내가 ADHD인지도 몰랐고, 그게 증상 중 하나인 과몰입인 것도 몰랐다. 다들 그렇게 덕질하고 행복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아주 병세를 제대로 겪었던 것 같다. 빚을 내서 쫓아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정말 최대로, 온전하게 좋아한 것 같다. 콘서트를 하는 날이면 오전부터 콘서트 장을 가서 굿즈를 나눔 받았고, 한 멤버가 뮤지컬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날 스케줄은 다 비우고 달려가서 공연을 보고 왔다. 연애설이라도 뜨는 날이면 엉엉 울면서 밤새 팬카페와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며 슬퍼했다.


이런 증상이 공부에 발동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 한 때의 일탈이고 즐거움이었을 뿐이다. 나의 병을 마주했을 때 나는 알았다. 내가 정말 과했구나.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이라곤 이제 쓸모없는 굿즈들과 그들의 팬이었다는 꼬리표만 남았다. 통장은 텅장이 되었고, 부모님은 대학교 학점은 어쩔 거냐며 한숨을 쉬셨다.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한 가지의 일에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재능이자 기쁨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과'몰입이면 과연 기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몸과 마음을 혹사하며 어떠한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아닐까.


의심에 의심을 더한다.


과몰입을 할 때면 나는 화장실 가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잊은 채 모든 신경과 집중력을 한 데 쏟아붓는다. 몸을 힘들게 하는 과몰입은 정말 별로다. 뭐든지 과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는 그게 오버했다는 걸 알지 못한다. 병적인 과몰입은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줘도 잠시 뿐이다. 그러다 으레 있는 일처럼 마지막엔 번아웃이 온다.


어떠한 일에 집중을 하고 몰두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때만큼은 매우 행복하다. 우울을 잊을 정도의 과몰입은 정말이지 좋은 현상 같다. 물론, 번아웃이 오지 않는 선에서.


고백하자면, 약을 먹은 후로는 과몰입의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다. 어느 하나에 얕은 흥미만을 느낄 뿐, 몰입과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 퀭한 눈, 푸석한 피부, 천근 같은 몸을 더 이상 갖지 않고 일상을 살아간다.


과몰입과 온전히 이별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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