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극복기 (15)
변덕은 나의 친구. 이랬다 저랬다 하루에도 수백 번 변하는 나의 감정을 보고 있노라면 와, 정말 정신없다는 말이 나를 위해 있는 말이구나 싶기도 하다. ADHD의 정신없음은 MBTI로 말하면 N에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망상에 망상이 꼬리를 물고 이상한 상상에 이상한 재미를 덧붙이기도 한다. 멍을 때린다는 건 정말이지 부러운 행동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의 머릿속은 멍을 때리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대화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없는 대화라서 생산적이지도 않지만 왜인지 끝낼 수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다면 나는 앉은자리에서 책 한 권정도는 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머리는 쉼 없이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다. 입은 움직이지 않지만. ADHD 진단 전의 나는 상당히 시끄러운 학생이고, 사람이었다. 수업시간 중에 밑도 끝도 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친구를 만나면 나는 주로 말하는 쪽, 친구들은 듣는 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미안한 일이다. 지금에 와서야 조절을 하게 되었고, 경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한 사회성 지표가 된 현재는 들어주는 쪽이 되려고 아주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리액션이 크다.
나에게 말을 걸거나 어떠한 모션을 취한다면 나는 상대가 놀랄 만큼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대답을 매우 대단하게 하려고 한다거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한다던가. 개그맨이 되지 못해 한이 맺힌 걸까 싶을 정도로 상대를 웃기고 싶다.
나는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이다. '사랑'을 베풀고 싶고 받고 싶다.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른다. 내 육체와 정신적 그릇에 비해 나의 감정은 너무나도 증폭되어 있다. 더 베풀지 못해 아쉽고, 더 사랑받지 못해 슬프다. 항상 그 부족함에 허덕이고 표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말과는 약간 다르다. 툭 치면 물론 눈물이 나긴 한다. 하지만 그만큼 웃음도 많고 감정 표현에 서툴지 않다. 스스럼없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도 잘 걸고 시비걸기도 잘한다. 아는 사람이라면? 더 대단함. 그래서 그런가 나는 해외 나가서도 스몰톡을 매우 잘했다. 한 일례로 엄마와 런던에서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웬 할아버지가 나한테 말 걸어서 나도 대답하고 묻고 버스 내릴 때까지 대화했더니 엄마가 "아는 사람이야?" 할 정도였다.
나의 인류애가 잘 작동하는 한 나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소통한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 학교를 다닐 때도, 직장을 다닐 때도 나는 소통의 중요성을 알리기 바빴다. 불통인 사람들과는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했었다. 물론, 항상 잘 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그 사람의 우주를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말하기를 끝내지 않는 이상 여러 우주를 보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 것이라고 놀림은 자주 받지만 그런 나를 나는 좋아한다. 입은 먹으려고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