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극복기 (17)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많은 이유들을 나열해 보자면, 우선, 나의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 생일은 생각보다 좋다. 한 해를 돌아보며 마무리할 수 있고, 새해를 앞두고 있어 들뜨기도 하며, 크리스마스와 가까워 선물이 잘 들어온다. 생일을 떼어놓고 보자면, 아주 멋진 옷들을 겹겹이 입을 수 있어서 좋다. 니트에 코트, 목도리에 모자, 부츠까지. 멋 내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이 되면 내 고질병도 깊어진다. 짧아진 해에 따라 감정이 요동친다. 쉽게 우울해지고, 지난겨울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절망스러웠다. 신체적으로 어디 다치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꽤 많이 피곤해했다. 쉽게 피로감을 느꼈고, 그와 함께 우울감도 자주 찾아왔다. 서늘한 온도와 함께 어두컴컴한 길을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발버둥 쳤다. 우울함은 쉽게 전염되기에 항상 밝게 지내려고 노력했고, 상담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나의 일상에 변화를 주고자 고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우울은 약을 먹어서 다스렸다. 그렇게 어둡던 겨울이 지나고 해가 쨍쨍해 선선하다 못해 더워진 5월을 맞이했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봄이 되었기에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고, 또 다른 여행을 계획했다. 국내에도 안 가본 곳이 많기에 자주 다니려고 요즘 시간을 내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는데 그 원인은 계절인 듯하다. 하나의 예로 4월의 끝자락에 날이 매우 좋았던 날이 있다. 그날은 왜인지 모르게 너무 들떠서 기분이 너무 좋다 못해 행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기쁜 기분을 알리지 못해 안달이 났기도 했다. 그런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사실은 어제도 ADHD 약을 타기 위해 병원을 다녀왔다. 한 달마다 꼬박꼬박 까먹지 않고 가는데 왜인지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또 날씨 탓을 했다. 왜냐하면 정말이지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봄에는 우울하던 모든 존재가 힘을 얻는다. 그리고 안타까운 시도를 많이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경계했다. 나의 이 기분이 어떠한 행위로 옮겨가지 않도록. 일기를 까먹지 않고 쓰며 나를 돌보았다. 그리고 뭔가 깨달았다. 아,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 사람이구나. 이 병적인 우울감도, 고양감도 모두 원인이 날씨구나. 그래서일까? 날씨가 구린 오늘은 피곤하다.
오늘은 비가 왔다. 봄비가 내렸는데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나의 마음도 약간 우울해졌다. 이 우울에 빠지지 않으려고 주말에 여행을 계획했다. 이제는 떠날 때인 것 같다. 우울에서 벗어나자!